미국, 문제는 역시 ‘일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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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생산·소비·집값 등에서 회복 조짐이 나타나던 미국 경제가 실업률에 발목이 잡혔다.

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9.5%로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달간 사라진 일자리는 예상치보다 10만 개나 많은 46만7000개에 달했다.

2007년 12월 이후 일자리가 약 650만 개 줄었으며, 실업률은 4.9%에서 9.5%로 뛰었다. 미국 기업들이 감원·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 실업률은 계속 올라갈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의 데이비드 그린로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향후 몇 달간 빠른 속도로 높아져 올 하반기에는 10%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 악화는 미국의 경기회복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실업이 늘면 가계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소비를 줄여 내수가 위축되고 기업 실적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업률 발표 이후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23.32포인트(2.63%) 떨어진 8280.74로 마감했다. 4월 20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생산·소비 관련 지표의 개선으로 ‘경기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던 터라 충격이 컸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직 우려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저성장 시나리오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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