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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닦고 조이고 … 폐자전거 생명 불어넣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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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빛고을 바이크 사업단’ 회원들이 1일 광주시 광산구 사무실에서 재활용 자전거를 손질하고 있다. 사업단은 주부, 자전거 수리 베테랑을 포함해 20~60대 50명으로 출발했다. 지금까지 아파트 80여 곳을 돌며 1000여 대의 자전거를 수리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1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빛고을 바이크 사업단’이 단지 안에 이동정비소를 펼치자 금세 40여 대의 자전거가 나왔다. 오랫동안 방치돼 녹이 슨 중고 자전거가 대부분이다.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부품을 교체하느라 단원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사업단의 고정숙(53·여)씨는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느라 하루 해가 짧다”며 “고철덩어리나 다름없는 자전거가 되살아나는 걸 보면 힘든 줄 모른다”고 말했다.

빛고을 바이크 사업단은 지난해 말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녹색도시 기반 조성이란 취지를 내걸고 사회적 기업으로 출범했다. 광주YMCA·광주시 도시철도공사 등이 참여하고 인건비는 노동부의 지원을 받았다. 단원에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주부, 자전거 수리 40년 경력의 베테랑 등 20~60대 직원 50명이 선발됐다. 단원들은 자전거 정비 실습을 하고, 자전거 이용을 홍보하면서 광주에서 자전거 타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사업단은 1월부터 아파트 80여 곳을 돌며 1000여 대의 자전거를 무료로 정비하고, 방치된 자전거를 도로로 이끌어냈다. 아파트 자치회나 부녀회에선 버려지다시피 한 자전거 300여 대를 기증받아 50여 대를 재활용 자전거로 되살리기도 했다. 재활용 자전거가 100대를 넘으면 시민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하고 온라인 판매도 할 예정이다.

단원 고복임(32·여)씨는 “사업단에 들어온 이후 자전거 타는 재미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기 위해 집에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길언(69)씨는 1963년부터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하다 사업단에 들어와 동료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박씨는 “볼트 하나를 조이더라도 소비자의 안전을 생각하고 정성을 다한다”고 말했다.

사업단은 자전거 이용 실태 조사를 벌여 광주 시내의 자전거 약 22만 대 중 7만~8만 대가 방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구별 순회 이동 정비 계획도 짰다. 사무국장 김광훈(41)씨는 “단원들 모두가 자전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실천 시민운동가가 다 됐다”고 소개했다.

광주의 자전거 바람에는 주부들이 앞장서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12시 광주시 광산구에 가면 빨간 모자를 쓴 자전거 행렬을 쉽게 볼 수 있다. ‘열열 자전거 주부단’이다. 동별로 주부 10명이 10시에 나와 자전거 타기 실천운동을 벌인다는 뜻에서 ‘열열’이란 이름을 붙였다. 3월 구성돼 190명의 주부가 자전거 타기 확산을 유도하고 기초 질서 지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자전거로 거리를 누비며 청소는 물론 불법 광고물 수거와 교통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벌인다. 첨단1동 열열주부단장인 권명숙(51·여)씨는 “자전거를 타며 실천에 나선 덕분에 깨끗한 고장을 만들자는 공감을 폭 넓게 얻고 있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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