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학생기자] 정치인 거친 말 부끄러워 어린이가 뭘 배우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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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말을 조심해 하라는 뜻의 ‘구시초화지문(口是招禍之門)’이란 말이 있다.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란 뜻으로 경망스럽게 함부로 입을 놀리면 화를 불러일으키니 입조심을 하라는 말이다.

본래 ‘관 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말라’던 우리 사회였다. 언제부터 막말하는 사회가 됐을까? 가장 큰 원인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언어 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 요즘 사회 여론을 주도하는 정치인들의 언어 사용은 정말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저속한 말투, 무조건 터뜨리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 이해관계와 어긋날 때는 슬그머니 바꿔 버리는 비도덕성, 유리할 때만 인정하고 불리하면 부인해 버리는 태도가 우리 사회를 막말하는 사회, 막말 전성시대로 만들었다. 아직 가치 판단이 미숙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그 모습을 보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언제부턴가 막말을 할 줄 아는 것이 힘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험한 말과 큰소리가 상대를 제압하고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는 방법인 양 여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개인 간의 대화는 물론이고 공적인 자리에서도 막말이 오간다. 비난과 야유로 가득한 자극적인 자막으로 얼룩진 방송의 ‘막말 잔치’가 우리 사회를 막말 사회로 만들었다.

막말은 듣는 상대에게 공격성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막말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정에 휘둘리게 만들어 결국은 화를 내며 대응하게 된다. 분노와 폭력의 악순환을 만든다. 막말을 들었을 때 가슴에 남는 상처는 여간해서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다.

부드럽고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 각층의 막말 정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내뱉은 막말은 독화살이 돼 상대의 가슴에 꽂혀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돌아보자. 그 막말은 언제 어디서 자기를 향해 더 강력한 독을 품은 채 되돌아올지 모른다.

이소은(인천외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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