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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10% 부족한 중국의 북핵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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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유엔의 대북 제재가 강력하고 폭넓은 것이라고 하자. 미국과 일본의 독자적인 경제제재가 북한의 국제거래에 필요한 돈줄의 큰 구멍을 틀어막는다고 하자. 그러나 중국이 저러고 있는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중단된 비핵화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6자회담에 북한을 복귀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관계에 관한 몇 가지 숫자가 그런 사실을 증명한다.

북한은 석탄을 제외한 에너지를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에너지 의존도를 90%로 본다. 식량은 해마다 모자라는 분량을 중국의 지원으로 채운다. 적게 잡아도 북한은 필요한 식량의 45%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년 사이에 북한-중국 무역은 41% 늘어 북한 대외무역 총량의 73%를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경제제재에 포위된 북한에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보호막이 되어주는 꼴이다.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1874호의 내용을 논의할 때도 그랬다. 중국은 회원국들이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검색할 것을 ‘결정한다(Decide)’라는 문구를 ‘촉구한다(Call upon)’로 후퇴시켰다. 북한 배 검색을 의무에서 재량으로 약화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을 막아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반대 입장이 립서비스에 그칠 때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고통스러운 채찍이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면서, 북한을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제재 전선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수단임을 누가 모르는가. 이명박 대통령도 그렇게 확인했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그렇게 강조한다. 중국의 북핵 반대는 10% 모자라는 지점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대북 지렛대를 무력화시킨다.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비유법을 써서 미국은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 수준을 15%에서 75%로 끌어올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75%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의 참여가 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경제제재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제동을 걸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저렇게 막무가내로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동기에 대한 한·미·중 세 나라의 ‘인식(Perspective)’ 차이를 이렇게 분석했다. “미국은 북한의 국내적인 원인에 너무 큰 비중을 둔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좀 더 부드럽게 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중간쯤에 있다.”

미국의 인식은 비핵화 프로세스가 중단된 데 대한 책임 전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인상을 준다. 6자회담 합의 이행의 중단을 북한의 국내 요인에서만 찾으면 나머지 5개국들이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 김정일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김일성 가문의 빛나는 업적으로 삼아 아들 정운에게 권력을 넘겨줌으로써 김일성 왕조의 영구집권을 노리는 것이라면 외부의 당근도 채찍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형식논리로는 맞다. 이것이 미국 입장의 약점이다.

중국의 인식은 진부할 뿐 아니라 지난해 여름 이후 북한의 달라진 행태에 대한 설명력이 떨어지고 미국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꿍꿍이속이다. 한국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를 바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6자회담의 합의를 깨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강행하는 원인에는 북한 국내 요인과 대외적인 요인이 혼재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중간쯤에 있다는 한국의 인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하겠다.

북한의 핵개발을 저대로 두면 북한은 그들의 호언대로 2012년까지 핵으로 무장한 강성대국이 될지도 모른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재앙이다. 북한이 핵무장 하면 한국이 안보를 의탁할 곳은 핵우산을 포함한 미국의 군사적 보호막뿐이다. 한·미 군사동맹은 이미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북한을 움직일 영향력이 없다는 중국의 주장은 식상하다. 북한이 붕괴하는 것보다 핵을 가져도 존속하는 것이 낫다는 중국의 입장은 단세포적 양자택일론이다. 6자회담 합의는 북한이 핵을 버릴 때 경제적·정치적으로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 아닌가. 중국은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북한에 대해 강력한 외교적 압박이라도 가하여 가시적 성과를 보이라.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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