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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엽 향수전'8월10일까지 국제화랑서 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실향의 아픔, 한발 더 나아가 인간 삶의 고통스런 한계상황을 일관되게 이야기해온 작가 황용엽 (67) 씨. 제1회 이중섭미술상 수상 기념전 (90년) 을 비롯해 개인전 때마다 선보였던 1백호가 넘는 대작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소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15일부터 8월 10일까지 국제화랑에서 계속되는 '황용엽 향수 (鄕愁) 전' 이다. 02 - 735 - 8449.

인간이라는 40년을 이어온 주제와 함께 그의 작품을 특징짓는 것은 그물처럼 얽힌 복잡한 선으로 표현한 앙상한 나뭇가지와 한쪽 눈만 강조한 왜곡된 인간형상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근작 소품 40여점도 이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화면을 가득 메우는 선묘로 인해 복잡한 구성을 보였던 이전의 대작들보다 한결 단순해졌다. 검은 선이 많이 절제되는 대신 인물 표현에 있어 경쾌한 입체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 배경이 많이 생략되고 인간 모습을 장식적으로 부각시키는 화면 구성 역시 소품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의 하나다.

소품이라는 특징 탓도 있지만 한층 밝아지고 다양해진 색의 사용 등 이러한 여러가지 작품세계의 변모는 최근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껴안은채 살아온 실향민의 개인사를 작품으로 고스란히 승화시켜왔기에 지난 91년 북한에 남아있는 혈육과의 연락은 작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일그러진 인물과 이를 얽어매고있는 절박한 삶의 모습 대신 아름다웠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안정감이 차분하면서도 밝은 톤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번 전시 출품작은 이러한 면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상처로 남았던 고향에 대한 향수가 어느 정도 치유돼 이제는 삶을 관조하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평안도 출신의 황씨는 평양미술학교를 중퇴하고 월남해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배웠다. 광복 이후 한국 현대미술 도입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월남작가들 가운데서도 특히 구상미술의 맥락 측면에서 중요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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