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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간첩 시체 발견 표정]“軍警 뭐하나”한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이 발생한지 20일만인 12일 강원도동해시 해안에서 무장간첩 시체 1구와 침투용 수중추진기가 발견되자 동해안 주민들은 또다시 경악했다.

이날 오후 9시부터 13일 오전 4시까지 7시간동안 군작전 지역인 동해시 전역과 강릉시 옥계.강동면 지역에 통행제한이 실시되자 주민들은 일찍 귀가, 무장간첩 뉴스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특히 생존한 무장간첩들이 상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군당국의 발표에 96년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金모 (42) 씨는 "동해를 책임지는 함대사령부가 코밑에 있는데 번번이 이렇게 경비망이 뚫리니 불안해 살겠느냐" 며 "도대체 군과 경찰은 뭣하길래 시민이 신고할 때까지 시체 발견도 하지 못했는지 한심하다" 고 성토했다.

○…동해시번영회 정재철 (鄭在澈.65) 회장은 "발견된 시체가 기관권총.수류탄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니 놀랍다" 며 "최근 경제난에다 이번 일까지 겹쳐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 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이 많이 살고 있어 '함경도 아바이 마을' 로 널리 알려진 속초시 청호동노인회 이상직 (李相稙.81) 회장도 "현대가 추진중인 금강산관광계획이 차질을 빚을까 걱정" 이라며 "고향인 통천에는 가지 못해도 9월에는 금강산에 가볼 생각으로 들떠있었는데 안타깝다" 고 말했다.

○…발견된 변사체는 수염을 1~2일 정도 깎지 않은 상태로 부패는 되지않아 죽은지 1~2일 된 것으로 군경은 추정하고 있다.

이 변사체는 잠수복 위에 주머니가 색이 많이 바랜 누런색 구명용 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옆구리에 메는 조그만 배낭을 메고 있는 상태였다.

○…발견된 수중추진기 (길이 1m57㎝.지름 33㎝ 크기) 손잡이 부분의 쇠파이프에는 4개의 끈이 달려 있어 군당국은 발견된 시체 외에 2명 정도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가운데 육군은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는 무장간첩을 찾기 위해 여단 2개 대대.1군지단 1개 대대.군단 특공대대 및 사단병력 5천여명을 동원, 야간작전을 폈다.

육군은 날이 어두워지면서 수색작전은 중단한 채 무장간첩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큰 지역에 매복조를 운영하는 것과 함께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7번국도 등 요소요소에 검문소를 설치,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동해.강릉시 일대는 96년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때와 같은 긴장이 감돌았다.

해군도 구축함과 초계함 4척, P3C 대잠 (對潛) 초계기 등을 동원해 야간 대잠 탐색작전을 계속했다.

○…무장간첩 시체를 발견해 최초로 신고한 李장수 (29.동해시묵호동) 씨와 수중추진기를 신고한 동진호 선장 朴종태 (48) 씨는 최고액은 아니지만 일정액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을 전망.

하지만 96년 강릉 잠수함이나 지난달 22일 속초 잠수정과는 달리 李씨는 간첩이기는 하나 단순 시체를, 朴씨는 간첩선으로는 볼 수 없는 소형 침투장비를 발견.신고해 일반적으로 간첩 (1억원) 및 간첩선 (1억5천만원) 을 신고한 공로가 인정될지는 미지수.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포상금 지급여부나 액수는 사후 법무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적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며 "최고액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대공 신고정신을 기리기 위한 명목상의 포상금은 틀림없이 주어질 것" 이라고 전언.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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