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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소년범죄 급증에 골머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일본시민들은 9일자 조간신문을 보고 경악해야 했다.

일본 시즈오카 (靜岡)에서 중학생 2명을 포함한 청소년들이 '우라 가이샤 (검은 회사)' 라는 절도회사를 차려 놓고 강.절도행각을 벌이면서 강탈한 수백만엔의 금품을 나눠 가졌다는 기막힌 기사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학생은 사장.부사장.사원.아르바이트생 등의 직급을 정해 놓고 훔친 돈을 장부에 기록했을 뿐 아니라 '수금액' 이 50만엔이 되면 '젊은 사장' 이 손수 급여형식으로 배분해 주는 등 성인 범죄조직을 뺨칠 정도여서 충격을 안겨 줬다.

이들 가운데 4명이 붙잡혀 범죄행각은 다행히 끝났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급증하는 청소년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살인.살인미수 등 청소년 강력범죄는 지난 96년부터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1월 도치기현 구소이로시의 한 중학교에서는 꾸지람을 들은 1학년 남학생이 여교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이후 일본 교육계에는 '흉기 비상령' 이 내려졌다.

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은 6명에 1명꼴로, 특히 남자중학생은 26.3%가 흉기를 휴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스쿨 슈팅 (school shooting)' 이라는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잇따르고 있는 교내 총기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96년 2월 이후 발생한 8건의 학생 총기사건으로 20명 이상의 희생자가 생겼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학교는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못된다" 는 희생자 학부모의 비난에 강력한 대책을 지시했다.

프랑스에서도 95년부터 청소년 범죄가 해마다 20~30%씩 늘어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학생들간의 '이지메' 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독일 디 벨트지 (紙) 는 9일 "드레스덴공대 볼프강 멜처 교수가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고교에 해당하는 5~10학년 남.녀학생 5백만명중 17만5천명이 불량서클에 가입했고 42만5천명이 집단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고 보도했다.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해 가장 강력한 대책을 세워 놓고 있는 나라는 영국. 영국은 오후 9시 이후 17세 이하 청소년들의 외출을 금지했으며 이를 어겼을 때는 부모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또 학생이 무단결석할 경우 그 부모는 최고 1천파운드 (약 2백20만원) 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청소년 범죄에 비교적 '관대' 했던 일본도 소년법 적용연령을 현행 20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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