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9일째 급락…정부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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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원화 환율이 9일 연속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이틀째 경신, 외환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9일 외환시장에선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3백27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이후 1천3백7원으로 급락, 하루사이 26원이 떨어졌다.

더욱이 국내 현물시장 환율이 떨어질 때도 요지부동이었던 싱가포르 역외선물시장 (NDF) 의 원화환율도 9일 달러당 1천3백원대 (3개월물) 로 급락했다.

그만큼 앞으로 원화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의 시장개입이 없다면 이달중에 달러당 1천2백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환율수준은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 (IMF) 과 합의한 3분기 환율 예상치인 달러당 1천3백50원을 훨씬 밑도는 것이다.

더욱이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상품의 수출부진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1천3백원을 마지노선으로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시장개입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외환수급 = 절대적인 공급우위 상태다.

우선 월평균 경상수지흑자가 25억달러에 이르고 있고 삼성중공업.대상그룹 등의 자산 매각대금도 속속 유입되고 있다.

여기다 주택은행의 3억달러 해외채권 발행을 비롯, 국내 금융기관.기업의 상업차관 도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 만기 1~3년짜리 상업차관 도입이 자유화돼 차관도입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를 반영, 거주자 외화예금도 8일 현재 1백7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달러수요는 급격하게 줄었다.

무엇보다 수입이 급감, 수입결제 자금 수요가 크게 줄어든데다 국내기업들이 지난연말 외환위기 이후 국내외에 쌓아놓은 달러가 많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환율전망 = 당국의 시장개입이 없다면 하락추세가 1~2개월 이어질 것이란 게 공통된 전망이다.

다만 최근 2주일 사이에 달러당 70원이 떨어지는 등 낙폭이 커 달러당 1천3백원선에서 한차례 조정을 거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3분기까지는 달러 공급우위 상태가 지속되겠지만 4분기에는 민간기업들의 외채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어 달러공급이 다소 줄어들 것" 이라고 설명했다.

◇ 당국의 입장 = IMF와 합의한 ^3분기 환율 전망치 달러당 1천3백50원이나 ^4분기 달러당 1천3백원에 비해 환율 하락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환율 하락세는 예견됐던 것이지만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심리적 요인까지 가세, 환율이 급락할 우려가 있다" 고 말했다.

최근 원화 자금시장이 극도로 경색돼 있는 것도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외환당국이 달러를 사들일 경우 외환보유고를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원화가 시장에 풀려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정경민.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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