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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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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브랜드의 대명사는 코카콜라다.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와 비즈니스위크는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코카콜라를 꼽는다. 올해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674억달러로 지난해보다 4% 떨어졌지만 몇년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품질과 브랜드 중 어느 게 더 중요할까. 품질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한 브랜드가 더 중요하다는 게 브랜드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로 꼽히는 게 1985년 '뉴 코크'의 실패다. 당시 소비자에게 눈가리개를 씌우고 두 콜라를 맛보게 하는 '펩시 챌린지'가 코크(코카콜라)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초조해진 코카콜라는 새로운 맛의 뉴코크를 개발했다. 펩시 챌린지와 같은 방법으로 테스트한 결과 뉴코크가 펩시콜라보다 맛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성공을 자신한 코카콜라는 뉴코크를 내놓으면서 기존 코크의 생산을 중단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였고, 몇달 뒤 코카콜라는 원조인 코크의 재발매를 결정했다. 이후 코크는 다시 콜라 시장의 맹주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100년 이상 쌓여온 코크의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스위스는 평화로운 나라, 프랑스는 예술의 나라라는 식이다. 국가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개선한 나라로는 일본이 꼽힌다. 50년대까지 대부분의 미국 만화는 일본인을 묘사할 때 나막신과 뻐드렁니, 사무라이 머리 등을 등장시켰다. 일본은 이를 바꾸기 위해 미국 만화가들을 일본에 초청하고 미국 만화업계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64년 도쿄 올림픽을 전후해 나막신을 신은 일본인은 미국 만화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우리나라의 이미지는 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판자촌과 피란민'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곧이어 붉은띠를 맨 노동자들로 그득한 파업 현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장면처럼 돼 버렸다. 요즘엔 한국에 좌파 성향의 정부가 들어섰다는 외신 보도도 적지 않다. 인터브랜드 조사에서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25위(108억달러)에서 올해 21위(125억달러)로 올라 소니(20위)를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이세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