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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이슈-한류] 韓순간의 流행으로 안 끝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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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욘사마와 키스를…
‘겨울연가’ 촬영지인 남이섬의 한 카페 벽에는 드라마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한 일본 여성이 사진에 나오는 여주인공 최지우 자리에 서서 배용준과 키스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효리머리 해주세요
명동의 한 미용실에서 한 중국인 관광객이 머리 손질이 끝난 뒤 가수 이효리씨의 사진과 자신을 비교하고 있다.

겨울연가 따라하기
한 일본 관광객이 ‘겨울연가’에 나오는 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담장을 오르고 있다. 실제 드라마 속에는 여주인공이 담장에 걸터앉는 모습이 나온다.

중국 팬들도 난리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우호의 밤 행사에 참가하는 한국의 한 인기가수의 승용차가 들어서자 중국 팬들이 차를 에워싸고 환호하고 있다.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7년)의 인기로 본격화된 '한류'(韓流)는 남하를 거듭해 동남아를 석권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품'이 빠지면서 주춤했다. 중국 정부의 견제로 한국 드라마는 방영 수량을 제한받고 있으며, 최대 수출시장인 대만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러나 올해 '겨울연가'(KBS)가 아시아 최대의 문화 콘텐트 시장인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한류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일본은 한류를 아시아 전역으로 다시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도 하고 있다.

'겨울연가'의 일본 내 인기는 엄청나다. 그러나 아직은 작은 불씨라고 볼 수 있다. 올 하반기부터 '겨울연가'를 넘어 본격적인 한류가 꽃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출발선에 '대장금'(MBC)이 서 있다. 이 드라마는 10월 7일부터 매주 목요일 밤 10시 NHK의 위성방송 BS2에서 방영됨으로써 아시아 전역에서 방송되는 첫번째 한국 드라마가 됐다. 그뿐 아니다. '불새'는 현재 TBS와 아시아TV.NHK.후지TV 등 일본 지상파 방송들이 드라마 판권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SBS와 KBS도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방송 콘텐트 최대 수출국은 대만이었다. 그러나 '겨울연가'의 인기로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방송 콘텐트 수출액의 40% 이상을 일본에서 거둬들일 만큼 일본은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수출 편수도 많지만 제값을 받고 팔기 시작한 덕분이다. 전적으로 '겨울연가'의 성공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출연배우인 배용준은 일본에서 최고 개런티를 받는 CF모델이 됐고, 최지우가 출연한 한국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한국에서 개봉도 하기 전에 550만달러에 팔렸다. 또 박용하는 일본 오리콘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인기 가수가 됐다.

그러나 소수 스타에 의지하는 한류는 홍콩이 그랬던 것처럼 금방 사그라질 위험도 크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겨울연가'를 넘어서는, 아니 배용준을 넘어서는 한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그리고 지금 한국 콘텐트 시장은 이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MBC프로덕션 박재복 부장은 "'겨울연가'의 인기는 소가 뒷걸음치다 쥐 밟은 것처럼 뜻하지 않게 굴러들어온 행운 측면이 크지만 덕분에 한국 드라마 수출에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류가 스타 중심으로 흐르면 반짝 인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질 높은 콘텐트와 수익이 다시 제작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안혜리 기자

*** 바로잡습니다

23일자 5면 '토요이슈 한류'기사 중 드라마 '대장금'이 아시아 전역에서 방송되는 첫번째 한국 드라마라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므로 바로잡습니다. KBS는 25일 "'겨울연가'가 2003년 현재 한국 드라마가 수출 가능한 아시아 13개국에서 모두 방영됐다"고 밝혀왔고, 확인 결과 KBS의 주장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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