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박 입은 절집, 세계문화유산 된 일본의 자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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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서울 숭례문에 방화로 화재가 발생하자 일본에서 다시 화제가 된 것이 교토 로쿠온지(鹿苑寺) 금각(긴카쿠·金閣)입니다. 금각은 무로마치 막부의 3대 장군 아시카가 요시미쓰(1358~1408)가 통치권을 양도한 뒤 1397년 기타야마 별저를 호화롭게 조성할 때 세운 누각입니다. 그가 죽은 후 유언에 따라 로쿠온지라는 절로 바뀌었으나 사리전인 금각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금각사라는 별칭이 더 유명해졌습니다.

로쿠온지 긴카쿠, 종이에 먹펜, 41X58㎝, 2009

4만여 평 로쿠온지 중심에 있는 약 2000평 넓이의 교코치 연못은 무로마치 시대 지천회유식 정원의 대표작입니다. 이 연못에 비친 금각의 아름다운 모습은 일본의 자랑이었으나 1950년 한 사미승의 방화로 전소돼 온 일본이 충격에 빠집니다. 총력을 들여 5년 뒤 복원하였으나 금박이 벗겨지는 등 흉한 모습이 되자 87년 대대적으로 보수를 합니다. 전보다 옻칠을 5배나 더 두껍게 바른 위에 4배나 더 두꺼운 금박지를 붙여 창건 때보다 더 화려한 모습으로 재현했습니다.

금각은 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나 일본 문화재 자격은 잃었습니다. 완전히 불타버린 다음에 새로 지었기 때문입니다. 서울 숭례문은 돌을 쌓은 부분과 목조 누각 중 누각 2층의 일부와 지붕만 손실됐기 때문에 복원 후 국보 제1호 자격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금각은 세계적 명소가 됐으나 너무 화려하다고 등을 돌린 일본인도 많다고 합니다. 서울에도 금박을 붙인 절이 있다기에 ‘절을 왜 호화찬란하게 만드느냐’고 물었더니 ‘부처님에 대한 공경’이라고 하더군요. 입다 버린 헌 옷만 입고, 밥그릇 하나에 평생 무소유로 사셨던 석가모니 부처님이 호화찬란한 법당에 마음 편하실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김영택 화백 penwh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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