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계 교육계에 부는 바람 “실력 우대, 무능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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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세계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교육 혁신에 목을 매고 있다. 핵심은 교사 개혁이다. 실력과 열정이 있는 교사는 우대하고, 무능력한 교사는 퇴출시키는 것이다. 영국 정부가 그제 발표한 ‘교사 자격증 갱신제’ 도입 방안만 해도 그렇다. 5년 주기로 교사 자격이 적절한지 검증한 뒤 무능력 교사는 교단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학교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교사들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워싱턴 DC 미셸 리 교육감이 추진하는 교육개혁의 요체도 경쟁 시스템 도입과 무능력 교사의 퇴출이다. 그는 지난해 36명의 교장과 270명의 무능력 교사를 교단에서 내쫓았다. 일본도 2000년부터 인사·급여와 연관된 교원평가제를 실시한 데 이어 올해부턴 10년 주기 ‘교원면허 갱신제’를 도입하는 등 교사 실력 향상에 골몰하고 있다. 좋은 교사가 좋은 학교를 만드는 법이다. 세계 각국의 교사 개혁 노력은 이런 이치를 실천하려는 안간힘이 아니고 뭐겠는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일 수만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한번 교사 자격증을 받으면 정년이 보장되는 ‘철밥통’이란 인식이 여전한 게 한국 교직사회의 한 단면이다. 잘 가르치는 교사나, 못 가르치는 교사나 똑같이 대접받는 경쟁 무풍지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경쟁을 유도하려는 교원평가제 법안은 전교조에 발목이 잡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지 오래다.

이래서는 공교육의 경쟁력은 요원하다. 교사는 모두 똑같으며 교사의 교육 행위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어설픈 금기(禁忌)부터 깨야 한다. 전문성과 사명감을 갖춘 우수 교사가 있는가 하면 무늬만 교사인 부적격 교사도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제대로 된 교원평가제 입법화를 더 미룰 수 없다. 이는 정부와 정치권 몫이다. 서둘러줄 것을 당부한다. 좋은 교사를 우대하고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는 시스템을 갖춰 교단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게 공교육을 바로 세우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