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CNN“월남전 기사는 오보”회장이 공식 시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미국의 뉴스전문 케이블TV인 CNN이 대형 오보 (誤報) 를 공식 인정하고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CNN의 톰 존슨 회장은 2일 낮 성명을 통해 "취재과정에 심각한 잘못이 있었으며 시청자는 물론 보도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고 밝혔다.

CNN과 같은 타임 워너그룹 계열사중 하나로 CNN의 기사를 받아 전재했던 시사지 타임도 이날 같은 내용의 사과성명을 내고 다음주초 사과기사를 싣기로 했다.

CNN은 지난달 8일 "베트남전때 미군 특공대들이 라오스의 한 촌락에 숨어있던 미군 망명자들을 사살하기 위해 사린 독가스를 사용했다" 고 폭로했었다.

충격적인 보도가 나가자 미 국방부는 "사실무근" 이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했고 이에 CNN은 변호사를 고용, 자체조사끝에 "보도를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 는 결론을 내렸다. CNN은 오보와 관련, 담당 PD 등을 해고했으나 기사를 보도한 피터 아넷 기자는 징계에 그쳤다.

아넷은 베트남전 보도로 퓰리처상을 탔으며 걸프전 당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의 생생한 보도로 명성을 떨친 CNN의 간판 스타. CNN은 "아넷이 기사를 보도하긴 했으나 취재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아 징계로 족하다" 고 밝혔다.

한편 해고된 PD 에이프릴 올리버는 "8개월동안 무려 2백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보도했던 것이며 워낙 감춰진 비밀작전이라 증거로 내세울 문서가 없을 뿐 지금도 사실이라고 믿는다" 고 말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