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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유러머니지 '최우수 채무자' 선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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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빚꾸러기는 빚쟁이 앞에만 서면 늘 작아지는 법이다. 그러나 돈을 빌려쓰는 이탈리아는 채권자들 앞에서 항상 당당하다.

오히려 신용등급 'AA' 의 금융기관들이 'AAA' 등급인 이탈리아에 앞다퉈 자금을 돌려주고 있다.

한푼의 외화가 아쉬운 한국의 현실에선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싼 금리로 제때 돈을 잘 빌리면 이는 곧 돈을 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국의 월간 금융전문지 유러머니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장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린 '최우수 채무자' 를 선정 발표했다.

전세계를 통틀어 최우수 국가에는 이탈리아가, 신흥 개발도상국중에선 아르헨티나가 선정됐다.

이들은 모두 건실한 금융시스템과 국제시장 흐름에 정통한 실무진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 지난 5월 골드먼 삭스.리먼 브러더스를 주간사로 해 미 재무부채권 금리에 0.33%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내고 2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94년 6.5%포인트의 엄청난 가산금리를 물었던 것에 비하면 굉장한 발전이다.

이런 변화를 이끈 주역은 바로 빈센조 라 비아 팀장이 이끄는 이탈리아 재무부 금융팀. 그는 수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익혔던 투자자로서의 안목을 돈을 빌리는 일에 거꾸로 적용하고 있다.

금융팀 소속의 인력들도 모두 젊지만 국제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94년 출범한 이 팀의 첫번째 전략은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통화로 이탈리아 정부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 투자자들이 환율변동 위험부담을 걱정하지 않고 채권을 사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수익률이 떨어지면 투자자가 달아나게 마련. 투자자들을 모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유지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 팀은 '1인의 열 걸음보다 10인의 한 걸음'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단번에 금리를 대폭 내리는 방법이 아니라 매달 조금씩 금리를 낮춰 전체 부채의 금리를 재조정하는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또 유럽에 집중된 채권인수자들을 전세계로 확대해 핫머니 유출입의 위험도를 낮췄다.

◇아르헨티나 = 신흥 개도국 가운데 채권시장이 가장 발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미 2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국내시장에서 발행했고 30억달러어치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페데리코 모리나 국립 공공신용청장은 "앞으로 국내 채권발행량을 더욱 늘려 외채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 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또 지난해 유럽에서 들어오는 돈에 대해 유로화 전환조건을 달아 유로 출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개도국으로 손꼽혔다.

이밖에 이탈리아의 민간은행인 카리프로는 채권발행을 대행해줄 자회사를 설립해 잘 활용함으로써 수수료 부담을 줄였다.

영국의 화학업체 ICI는 2개월만에 12억달러를 조달했다는 점이 후한 점수를 받아 부문별 베스트에 올랐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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