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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의 모델명 어떻게 결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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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정시 운항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특히 대한항공은 평가 대상 8개 기종 가운데 4개 기종(B737-800, A300-600, B777, B747-400)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B747, B777, A330, A380과 같은 여객기의 모델명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결정되는지 궁금하다. <서울 여의도 김민정>

A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영하는 여객기는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제작한 것들이다. 우선 보잉의 여객기는 이니셜 ‘B’로 시작해 707부터 787까지 크게 9개 기종이 있다. 현재 생산 중인 기종은 737, 747, 767, 777이다. 707, 717, 727, 757은 단종됐다. 787은 현재 개발 중이다.

보잉 기종의 이름은 이처럼 7로 시작해서 7로 끝난다. 혹자는 비행기 날개가 휘어진 각도를 보고 만들었다, 혹자는 7이라는 숫자가 내포하는 좋은 의미를 반영해 만들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그 이유는 사실 평범하다. 모델명의 기원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보잉은 군용 항공기를 생산했다. 윌리엄 앨런 보잉 사장은 보잉의 사업영역을 상용기 쪽으로 전환하고, 미사일과 우주선 등 신규 사업 분야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제품 카테고리에 따라 100단위의 모델번호를 붙였다. 항공기는 300, 400단위를 사용했고 터빈엔진 구동의 항공기에는 500단위를, 로켓과 미사일에는 600단위, 제트엔진을 장착한 수송기에는 700단위의 모델명을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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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은 미 공군을 위해 개발한 프로펠러 급유기 367 스트라토탱커에 제트엔진을 장착한 대시80을 기본으로 700단위의 첫 모델을 완성했다. 보잉의 마케팅 부서는 ‘모델 700’이 첫 모델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끝자리 숫자에 7을 한 번 더 반복해 ‘707’로 바꿔봤더니 더 부르기 쉽고 눈길을 끌 수 있었다. 1958년 팬암 항공사가 뉴욕과 파리에 707을 첫 취항했다.

몇몇 예외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7과 7 사이의 숫자는 항공기가 개발된 순서대로 0에서 8까지 붙여진다. 한편 747-400, 737-900ER, 777-300, 777-300ER 등 700 단위 뒤에 별도로 -100, -200, -300, -400 등의 숫자 혹은 알파벳이 붙는다. 이는 각 기종의 기본 구조는 유지하면서 엔진, 전자장비, 향상된 연비 등 다양한 사양이 개선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67년에 출시된 737의 경우 몇 단계 업그레이드를 거쳐 현재 737-900ER이 최신형 모델이다. ER(Extended Range)과 LR(Longer Range)은 기본 동일 기종에서 항속 거리를 연장하고, 탑재량을 늘렸다든지,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맨 뒤의 F(Freighter)는 화물기를 의미한다.

‘A’로 시작하는 에어버스의 모델명은 보잉과는 다소 다르다. 첫 항공기를 제작할 당시 300명의 승객을 태우는 것을 목표로 A300을 첫 모델명으로 하려고 했는데, 69년 5월에 완성된 모델은 객석이 224석밖에 되지 않았다. 이 항공기를 그래서 A300B1으로, 두 번째 250석의 항공기는 A300B2로 지었다. 숫자는 점점 늘어 78년 A300B10을 출시하면서 A310으로 명명됐다. 84년 출시한 항공기는 A320으로 불렀다. 87년 출시한 A300B9과 A300B11은 각각 A330과 A340이 됐다.

복층 구조의 A380 항공기는 다른 기종과 차별화한다는 의미에서 전혀 새로운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특히 아시아지역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행운의 숫자로 불리는 ‘8’을 적용해 A380으로 명명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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