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퇴출]채권 분류놓고 자민당·대장성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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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본의 부실 금융기관 처리 구도가 확정됐으나 부실채권 분류를 둘러싼 마찰이 불가피해 실제 집행에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는 29일 "파산 금융기관을 재정자금으로 즉각 인수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자민당의 금융재생추진특별조사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자민당은 현재 가교은행 설립을 위해 ▶정리회수은행에 융자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 ▶정부계 금융기관에 재정자금을 투입해 고정여신을 인수하는 방안 ▶국영은행 (가칭 : 헤이세이 (平成) 은행) 을 신설해 정상 채권과 고정여신을 2년간 한시적으로 인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원리금 회수가 부분적으로 의문시되는 고정여신의 판단기준이 애매모호해 자민당은 금융감독청에 일임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대장성은 객관적 판단을 위해 별도의 심사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가교은행이 고정여신을 인수하는 경우 일본 정부는 30조엔까지 재정자금을 지원할 방침이지만 이 부분도 논쟁거리다.

재정자금 직접 투입과 정부보증 조건이 붙은 일본은행 차입금 지원 방안을 놓고 의견이 맞서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정부 방침에 제대로 따라줄 지도 의문이다.

일 정부는 긴급사태 발생시 주주총회 없이 곧바로 부실 금융기관을 파산 처리할 방침이지만 "민간 기업에 대한 지나친 침해" 라는 반발을 받고 있다.

또 파산 금융기관의 경영진.종업원을 모두 해고한 뒤 합병 은행이 필요한 인원만 재고용키로 한 것도 마찰이 불가피하다.

지난 3월 일본 정부가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기 위해 30조엔의 재정자금 지원을 약속했으나 실제 집행된 금액이 2조엔에 불과한 것도 엄격한 구조조정 (리스트럭처링) 조건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미적거리기 때문이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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