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 미술관'빅3시대'…화동에 아트선재센터 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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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트로이카 (troika) 는 러시아 말로 셋이란 뜻. 그러나 말 세필이 나란히 달리며 끄는 마차를 가리키는게 보통이다.

세마리의 말 중 가운데 선 말은 리더 (leader) 이며 마부의 채찍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양 옆에 부채꼴로 매인 두필의 말은 휠러 (wheeler) 로서 한마디로 보조역이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신정아씨는 올 하반기 전시기획을 재정리하면서 트로이카의 리더와 휠러를 떠올렸다.

"기획과 운영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는 신씨의 말은 금호미술관 (관장 박강자)에서 5백여m 떨어진 화동에 오는 10일 개관하는 아트선재센터 (관장 정희자) 를 의식한 말이다.

아트선재센터는 경주 보문단지내에 있는 선재미술관이 지방미술관이 겪는 핸디캡을 메우기 위해 서울 분관처럼 마련한 곳으로, 지상 3층 지하3층 건물 (연건평 1천4벡82평)에 2백25평의 전시장과 소극장 (2백68석).카페테리아.아트숍 등을 갖추고 막바지 치장에 한창이다.

이곳 수석큐레이터 김선정씨는 아트선재센터의 역할에 대해 "현대미술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작정" 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이미 장르간 경계가 무너졌고 인접한 예술이 미술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상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마당' 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

금호미술관과 나란히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국내 현대미술을 소개해온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관장 박문순) 역시 좋은 의미에서의 경쟁시대가 시작됐음을 잘 알고 있다.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이원일씨는 "세 곳의 설립배경이 비슷하고 다루는 영역도 중복돼 있어 일반 관람객이나 평론가들의 비교.평가의 시선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금호미술관은 금호그룹이 설립한 금호문화재단 소속이며 성곡미술관도 쌍용그룹 창립자의 아호를 딴 성곡미술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들어서는 아트선재센터는 대우재단 소속. 서울 한복판에 기업문화재단 소속 미술관의 트로이카시대가 열리는데 대해 미술평론가 강성원씨는 "지금까지 활동내용을 보면 나름대로의 성격이 분명해 서로의 보완 역할로 국내 미술계의 플러스 효과를 기대하고 싶다" 고 말했다.

10일부터 일반 공개하는 아트선재센터는 9일 오후5시 개관기념행사로 지신밟기와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안숙선 판소리 공연.이매방 승무 공연 등을 펼칠 예정이다.

개관기념전은 도상봉.오지호.박수근.김환기등 근.현대작가들의 자체 소장품을 소개하는 '반향 (反響)' 전이 29일까지 열린다.

아트선재센터의 독특한 성격을 보여줄, 인접 장르와의 연계를 보여주는 기획으로는 8월초부터 열리는 호주미술전 기간중 호주의 현대영화를 상영하는 필름 페스티벌 (9.5~9.12) 이 마련돼 있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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