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기름 수입 부쩍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 중국이 2년 연속 극심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베이징의 한 주유소 직원이 책을 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지구촌 천연자원의 블랙홀로 등장한 중국이 원유에 대한 전략적 수요까지 늘려감으로써 세계 원유 수급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세계 경기회복으로 여타 주요국의 석유소비도 늘어날 추세여서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원유수입 사상 최대=중국 당국이 지난 봄부터 경기 진정책을 편 뒤에도 중국의 원유 유입량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세관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원유 수입량은 1127만t으로 전년 동월보다 47%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280만배럴을 웃도는 양이다. 상반기 전체 수입량(6102만t)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급증했다.

원유 수입이 급증한 데 대해 산업경기가 좋아 석유 실수요가 늘어난 것 말고 다른 요인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정부 주도로 당장의 상업적 용도 이외에 자원안보 등을 위한 전략유 비축용으로 원유를 여유있게 사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이 1000만배럴 규모의 전략유 비축 계획을 밝혔을 뿐 전략유에 관한 중국 전체의 그림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1990년대 중반 원유 순수입국이 된 뒤 전체 수요량의 43%를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어서 수억배럴 규모의 전략유 비축을 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략유 등 에너지 확보에 대한 중국의 집착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석유거래를 위한 시장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10월 말부터 상하이에 원유 선물시장을 출범시키려는 계획이 한가지 사례다.

◇고유가 진정 기대에 암운=중국의 전략유 비축 확대는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 요인 등으로 세계 석유소비는 올해 2.9% 늘어나 24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IEA는 중국의 석유소비가 내년에도 8.1% 늘어나는 등 내년 세계 석유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도 중국의 석유수요가 2030년께 하루 12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의 에너지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상품거래소의 미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시세는 배럴당 40달러대에 접어든 뒤 1주일째 좀체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허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