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인중 침몰된 북한 잠수정을 25일 오후 동해안 방파제로 인양한 해군은 본격적으로 잠수정 내부수색에 나서 국산 음료수병과 침투장비 등을 수거했다.
잠수정내 3개의 수밀문 (해치) 가운데 첫째 해치는 비교적 쉽게 열고 둘째 해치까지 뚫었으나 셋째 해치는 굳게 잠겨 있는데다 안쪽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수색작업이 한때 상당시간 지연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11시35분쯤 잠수정 오른쪽에 드릴로 6개의 구멍을 뚫어 내시경을 투입, 잠수정 내부를 관찰했다.
○…이날 오후6시15분쯤 잠수정 수색작전이 시작되자 동해항은 팽팽한 긴장속에 빠져들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 취재진도 방파제에서 벗어나 5백m쯤 떨어진 7부두로 자리를 옮겼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잠수정을 주시했다.
먼저 드릴 등으로 잠수정 내부의 공기상태를 확인한 결과 유독가스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전개시. " 수색작업을 진두지휘한 해군56전대장 李영곡 대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수중폭파대 (UDT)가 잠수정 주변에 배치됐다.
먼저 권총 등으로 무장한 2명의 수중폭파대원이 인양을 위해 잠수정의 함교탑 주변을 묶었던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오후6시30분쯤 손쉽게 첫째 해치가 열렸다.
곧장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 투항을 권유하는 선무활동이 이어졌다.
수중폭파대원들은 혹시나 내부에 생존해 있을지 모르는 북한 승조원이 사격 등 반격을 가해올 가능성에 대비, 5분여동안 동향을 살폈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오후6시40분 수중폭파대원 2명이 권총을 겨누고 내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잠수정으로 들어가려던 수중폭파대원들은 첫째 해치 2m50㎝ 밑에서 둘째 해치가 나타나자 몹시 당황했다.
둘째 해치 위에 고인 30㎝ 가량의 물을 양동이로 퍼낸 수중폭파대원들은 호흡기가 달려 있는 미제 (美製) 아쿠아 잠수기 (개방회로 잠수기) 1세트와 보자기에 담겨 있는 오리발 부츠 3세트, 롯데칠성 사이다 빈 페트병 1개, 사각사각 복숭아 페트병 1개를 발견했다.
해군 당국은 96년 강릉침투 무장공비였던 잠수함 전문가 이광수 (李光洙) 씨를 불러 둘째 해치 개방 방법을 숙의, 용접기 등을 이용해 철판을 뚫기로 했다.
60㎝ 두께의 철판을 해체한 수중폭파대원들은 셋째 해치를 다시 발견했다.
셋째 해치를 살펴본 李씨가 "폭탄이 설치돼 있는 것 같다" 고 조언함에 따라 작업장소를 함수 부분으로 옮겨 오후8시55분쯤 맨홀처럼 생긴 출입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통로가 없는 밀폐된 빈 공간으로 밝혀졌다.
이어 오후10시35분쯤 함교탑으로부터 선미 사이에서 길이 1.5m, 폭 70㎝ 정도의 철판을 뜯어냈고 오후10시40분쯤에는 선미쪽에서 2개의 철판을 철거하는 등 밤샘 수색작업을 벌였다.
○…해군 해난구조대원 (SSU) 들은 이날 아침부터 침몰된 잠수정에 공기주머니 (리프팅 볼) 를 부착하고 오후2시50분쯤 리프팅 볼에 공기를 주입했다.
이어 1시간여 뒤인 오후4시를 전후해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던 침몰 잠수정이 불과 10분만에 떠오르자 구조함 청해진함에서 작업을 지원했던 수병들과 휴식을 취하던 해난구조대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잠수정이 부상하자 해군은 곧바로 2대의 예인선 (YTL)에 줄을 걸어 오후3시47분부터 다시 침몰될 것에 대비, 매우 조심스럽게 예인해 오후4시45분쯤 내항까지 끌어들였다.
동해 = 이찬호.홍창업.김현기.장혜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