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원 인준 받은 知韓,知日派 캠벨 차관보가 핵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0호 20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두 명의 부장관을 두고 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정책을, 제이콥 루 부장관은 관리ㆍ예산을 맡는다. 1972년 부장관 직제가 생긴 이래 처음이다. 거물 정치인의 국무부 입성이 가져온 변화다. 힐러리는 두 사람을 포함해 요직을 클린턴가 사람으로 채웠다. 대부분이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하거나 지난 대선의 참모였다. 방계 라인도 한가지다. 리처드 홀브룩 아프가니스탄ㆍ파키스탄 특별대표는 힐러리가 상원 의원에 당선된 이래 외교정책을 자문했다.

국무부 힐러리와 동북아 라인

국무부 동북아 정책 라인은 스타인버그 부장관-윌리엄 번스 정무차관-커트 캠벨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큰 축이다. 지역 라인이다. 다른 하나는 엘런 타우셔 군축ㆍ안보 차관-로즈 고테묄러 검증 차관보-로버트 아인혼 비확산ㆍ군축담당 특보로 구성된 비확산 라인이다.

스타인버그는 민주당의 손꼽히는 외교 전략가다. 클린턴 행정부 때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무장관 비서실장ㆍ정책실장ㆍNSC 안보부보좌관을 지냈다. 안보부보좌관일 때는 클린턴 대통령의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 개인 대표(셰르파)를 맡기도 했다.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는 외교정책을 자문했고, 그의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등 방문을 수행했다.

오바마 당선인 인수위의 안보 분야 공동 책임자를 맡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바마의 초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안보보좌관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학계ㆍ싱크탱크도 넘나들었다. 바로 직전 텍사스대 린든 존슨 스쿨의 학장이었다.

동북아에 관한 그의 정책 비전은 명확지 않다. 다만 지난해 1월 존슨 스쿨 학장 당시의 세미나 강연(‘새 세기를 위한 새 일본’)을 보면 동북아 정책의 축을 미ㆍ일 양자관계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미ㆍ중ㆍ일 3자 협의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미ㆍ일 관계가 중국 견제용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중장기 외교 전략 쪽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번스 정무차관은 직업 외교관으로 주로 러시아ㆍ중동 문제를 다뤘다. 러시아 대사ㆍ공사참사관, 요르단 대사, 근동담당 차관보를 지냈다. 그런 만큼 동북아 정책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국무부 동북아 정책의 중심고리는 캠벨 이다. 그는 국방부 월리스 그레그슨 아태차관보, 제프리 베이더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더불어 오바마 행정부 동북아 정책의 삼각형을 구성한다. 지난 대선 당시 캠벨은 힐러리의, 베이더는 오바마의 아시아 정책 보좌역이었다. 베이더는 지중파(知中派), 캠벨은 지한·지일파다.

베이더가 정책 조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켐벨의 전문성과 행정부 내 그물망 인맥은 그의 정책 주도 가능성을 낳게 한다. 국방부 아태 라인은 모두 그와 관계를 맺고 있다. 미셸 플러노이 국방부 정책차관과는 신미안보센터(CNAS)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스타인버그, 윌리엄 린 국방부 부장관,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 애시턴 카터 국방부 차관이 이 센터의 이사회ㆍ자문위원회 출신이다.

그레그슨 국방 차관보와 실무 라인은 캠벨이 클린턴 행정부의 국방부 부차관보였을 때 그 밑에서 일했다. 캠벨은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국무부 차관보라는 얘기를 들을지도 모른다. 부시 행정부의 제임스 켈리·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가 사실상 북핵 문제에 전념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는 한·미-미·일 동맹을 아시아 정책의 기축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10일의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일본과 함께한다는 것이 (아시아 정책의) 첫 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2월의 ‘글로벌로 가기: 한·미 동맹의 미래’라는 저널에서 “한국은 동아시아 안보와 안정의 한 초석”이라며 “한·미 동맹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힘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했다. 캠벨은 96년 미·일 신안보 선언의 미측 실무 총책이었다. 일본은 클린턴 행정부의 ‘중국 중시, 일본 경시’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북 정책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 대표와 캠벨이 공동으로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캠벨은 청문회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보즈워스의 입지는 좁아질지 모른다. 보즈워스는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을 겸임하고 있어 워싱턴에 상주하지 않고 있다.

국무부의 비확산 정책은 로버트 아인혼 비확산ㆍ군축 담당 특보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당초 비확산 문제를 총괄하는 군축ㆍ안보차관을 제의받았으나 인사 검증 문제를 들어 고사했다고 한다. 그 자리는 하원 의원 출신의 엘런 타우셔가 맡았지만 그녀는 군축 문제를 관장한 바가 없다. 타우셔 밑의 로즈 고테묄러 검증차관보는 러시아와의 핵 감축 협상을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에서 오랫동안 동북아 문제를 다루고, 연구했던 인사들이 핵심 라인으로 포진한 데 따라 한·미, 미·일 협의는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보다 근원적인 처방전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행정부에 있을 당시 이뤄진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와 같은 ‘정치적 타결’을 다시 시도할 것 같지 않다. 그새 9·11 테러가 있은 데다 북한 다루기의 교훈도 간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