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 들어본다]살림을 줄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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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가계관리 방안은 생활수준의 조정이다.

96년도 도시가계연보를 보면 처음으로 도시 근로자 가계의 지출액이 소득액을 능가하는 초과지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가계의 과소비가 심했다는 말이다.

생활수준의 조정이란 절대적인 소비지출액의 감소도 중요하지만 소비구성 내용의 구조적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우선 자신의 가계구조가 어떤지 찬찬히 살펴보자. 크게 저축.기본 식비.외식비.피복비.문화생활비.교통비.통신비 등 지출항목을 분류해 보고 평균 지출액을 산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본다.

특히 소비지향적인 외식비나 피복.신발비 등에서 소득수준을 초과하고 있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고 각자 가계사정에 맞춰 기준을 정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엔 주체적인 생활자세를 갖고 다른 가정에 대한 불필요한 경쟁심리를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

또 막연히 '절약만 하면 된다' 는 생각으로 아이들 우유를 끊고 신문을 안보는 이들도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럴 때일수록 모든 생활관련 정보에 밝아야 한다.

특히 금리는 자꾸 변동되고 금융개혁 등 은행들도 흔들리고 있는 만큼 하루하루 바뀌는 정보에 민감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생활의 여러가지 측면에서 의식의 구조조정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중산층 주부들이 앞장서 당장의 편의보다는 가족과 사회의 효용을 생각하는 생활자세를 취해야 할 때다.

예를 들어 쓰레기 분리수거.폐유비누 이용.재생용지 활용 등은 자신의 편익에 앞서 '공동 선 (善)' 을 위한 것이면서 궁극적으로 그 이익은 각 가정에 돌아간다.

가계구조조정 역시 기업이나 정부의 구조조정과 기본방향은 마찬가지다.

각각의 가계 특성에 맞게 효율적인 소비구조로 바꾸는 것과 아울러 생활자세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중산층으로서 살아남기 어렵다.

문숙재 <이화여대 가정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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