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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Book] 소설가 신경숙씨, 독자와 ‘엄마’를 이야기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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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소설가 신경숙(46·사진)씨에게 ‘이야기’란 무엇을 뜻할까. 그는 이야기란 ‘꿈’이라고 했다. 어릴 때 장독대에 기대어 책을 읽으며 세상 얘기에 빠져들었다는 그는 “언젠가 나도 글을 쓰며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엄마를 부탁해』의 저자 신경숙씨가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동숭동 서울연극센터에서 열린 ‘저자와의 만남(서울문화재단·중앙일보 주최)’에서 독자들에게 속내를 털어놨다.

◆‘어머니’vs‘엄마’=소설을 발표할 때 인기를 예상했느냐고 물으셨지요? 그런 것을 누가 알 수 있겠어요. 저는 이 책이 사랑을 받은 게 내 힘이 아니라 엄마의 힘인 것 같아요. 그런 줄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엄마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었던 사람이 그만큼 많았던 게 아닐까요. 처음 제목은 『어머니를 부탁해』였습니다. 300매 가까운 분량을 ‘어머니’로 써내려갔는데 잘 써지지 않더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목을 바꾸고 원고지에 ‘어머니’ 대신 ‘엄마’가 등장하면서 처음에 짐작도 하지 못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어머니’보다는 ‘엄마’가 친근하고 본능에 가까운 말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엄마에게 준 ‘나’라는 호칭=‘엄마’라는 존재는 한 사람의 시선으로 파악될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사람의 시선을 빌려올 수 밖에 없었어요. 작품에서 화자(話者)를 ‘너’ ‘그’ ‘당신’ 등으로 쓴 이유입니다. 그러고나선 엄마에게만 ‘나’라고 말할 수 있게 했어요. 그것은 제가 작가로서 엄마에게 주는 최대의 헌사였지요. 자신을 ‘나’라고 부르게 하고, 당신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나처럼 살지 마라”=엄마들이 그러시죠. “나처럼 살지 마라”고. 이 말을 우리는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들이 통과해온 시간을 ‘희생’이라는 말로 단순하게 압축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희생’이란 말에 묻히는 게 참 많거든요. 엄마들이 “나처럼 살지말라”는 것은 “힘들었다, 너희는 힘들게 살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너희와 소통하고 싶은데 너무 멀게 느껴지는구나”라는 말이 아닐까요?

◆요즘엔 이런 엄마 없다?=과거의 ‘어머니 상(像)’을 불러오려는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엄마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실 수 있나요? 없는 걸로 치는 우리가 앞서 간 것은 아닐까요? 소설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하지요. ‘엄마’라는 존재를 통해 질문을 던졌을 뿐입니다. 제 자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냐고요? 저는 ‘정든 지옥’이라고 생각해요(웃음). 힘들 때 쓰러지지 않게 세워주지만, 정작 움직이고 싶을 때 붙잡는 것…. 이 책을 읽으신 제 어머니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냐구요? 단 한마디 하셨어요. “고맙다”고. 저는…“제가 고맙죠”라고 했어요.

이날 ‘저자와의 만남’에 이어 이튿날인 25일 기자회견을 연 신씨는 새 장편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29일부터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연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데에 더 울림을 갖는 언어가 필요한 때”라며 “내 소설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 제목은 최승자 시인의 시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따왔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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