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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다시 찾은 파란 바다 … 모래 속엔 생명의 숨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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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32개 해수욕장이 20일부터 차례로 개장, 피서객을 기다리고 있다.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엄마와 아들이 모래성을 쌓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만리포 노래비’ 맞은편에 지난해 말 또 하나의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 기념비에는 ‘장엄한 일출처럼 고사리손도 /통을 메던 어깨도 /노래부르던 입도/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타오는 불길처럼 피어나는 생명의 존엄으로/태안의 검은 바다와 황폐한 모래와 미끈한 바위를 막아섰다… 이제 우리가 살았던/옛날 파란 바다로 돌아왔다… 이 비석에서 기름 묻은 봉사의 혼이 영원히 살리라’라고 씌어 있다. 2007년 12월 기름 유출 사고로 검게 변한 서해안을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극복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대 명예교수 박동규 시인이 쓴 시(詩)다.

애환과 감동의 바다 태안군 관내 해수욕장이 기름 피해를 말끔하게 씻고 피서철을 맞아 본격적인 손님 맞이에 나섰다. 지난달 말 대전∼당진 고속도로가 개통돼 올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군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태안의 해수욕장은 20일 몽산포·청포대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다음달 중순까지 32개 해수욕장이 모두 개장한다. 기름 피해가 가장 컸던 만리포해수욕장도 25일 관광객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식을 했다. 태안군은 기름 유출 사고를 딛고 다시 일어선 만리포·학암포 등 서북부권 해수욕장을 ‘기적의 해수욕장’으로 홍보해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수욕장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만리포해수욕장에서는 25일 시작된 전국 윈드서핑대회가 28일까지 열리고 다음달 10일에는 유명 연예인들을 초청해 서해안 살리기 콘서트를 연다. 청포대 해수욕장에서는 다음달 4일 모래사장을 맨발로 달리는 에코힐링 샌드비스타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이 밖에 조개잡기 대회와 맨손 물고기잡기대회, 독살체험 축제, 바지락캐기 대회 등 해마다 진행해 온 인기 행사가 올해도 이어진다. 학암포해수욕장의 자원봉사 보은행사와 몽산포 해수욕장의 모래조각 경연대회 등 특색있는 축제가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해수욕장별로 개장을 전후해 네 차례에 걸쳐 수질검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군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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