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 한글 포기]한달내 200억 유치해야 회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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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래아 한글' 은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벤처기업협회.PC통신 등에서 벌이는 글살리기운동이 뜨거운 호응을 받으면서 과연 글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등에서는 3백만 글사용자들이 1만원씩 내 글을 지키자는 범국민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고 기존 글개발자중 일부는 글을 대신할 새 프로그램 개발에 나설 움직임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한글과컴퓨터 (한컴) 사는 마이크로소프트 (MS) 로부터 자본을 유치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글이 사라지면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과연 글은 살아날 수 있을지를 집중 점검해 본다.

◇아래아 한글 포기에 따른 피해 = 한컴이 글을 포기하면 글에서만 지원되는 고어 (古語) 와 특수한 글자의 컴퓨터 표기가 불가능해진다.

글은 조합형이라 컴퓨터에서 한글자모를 조합한 1만1천1백72자를 표현할 수 있지만 MS의 워드와 삼성전자의 훈민정음은 완성형이라 2천3백50자의 글꼴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용자 점유율이 80%를 넘는 글이 사라지면 컴퓨터를 통해 문서를 작성하면서 진행하는 국어연구와 문학창작 등에 큰 제약이 올 수 있다.

다만 고어나 특수 문자를 제외한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문자의 경우 글을 통해 문서작성을 하더라도 워드.훈민정음과 대부분 호환이 돼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미 글파일로 만들어진 정부.기업의 문서를 워드나 훈민정음 파일로 전환시킬 때 인력과 시간이 필요해 일부 사회적 비용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글과컴퓨터의 입장 = 한컴은 "각계의 지지와 지원은 고맙지만 현재 가장 급한 것은 '회사살리기' 이기 때문에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 고 밝혔다.

현재 한컴의 부채는 대략 2백억원선. 회사측은 당장 투자를 유치하지 않으면 글살리기는 커녕 회사마저 살아남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글사용자들이 1만원씩 내는 등 범국민적 글살리기운동을 펴고 있지만 한컴이 1개월 이내에 2백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지 않으면 회생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안은 있는가 = 특정업체가 한컴으로부터 글소스코드 (Sourcecode.원본프로그램) 를 구입, 글을 계속 개발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는 한컴과 MS의 계약에 따라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글프로그램 개발자들이 글을 잇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나모인터랙티브 등은 '뉴글' 을 개발하겠다고 밝히고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기간만 보통 1년이상 걸리는 데다 사업성도 불투명하다.

국내 기업이 MS를 대신해 한컴에 2백억원 이상 투자하면 회사의 급한 불도 끄고 글사업도 계속할 수 있다.

한컴도 그렇다면 이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나 이미 국내 여러 대기업에서 글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 투자를 거부해 이같은 방안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공정거래위의 입장 = 한컴에 대한 MS의 투자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새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글사업 포기를 전제로 한 MS사의 한컴에 대한 투자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21일 정식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MS가 밝힌 한컴에 대한 지분참여율 (19%) 이 기업결합 신고기준 (20%)에는 못미치지만 경쟁제한 <21면 용어한마디 참조> 적인 주식취득의 경우 직권 심사할 수 있게 돼있어 조사가 가능하다" 고 밝혔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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