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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일본 프로야구 조성민 투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너를 믿는다' . 감독은 잇따라 안타를 얻어맞아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팬들은 뚜껑이 열리기도 전에 이긴 경기라고 본다.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조성민 (趙成珉.25) 투수가 올해 마운드에 서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입단 3년째. 1년반 동안 2군에서 몸과 마음을 담금질한 그가 마침내 에이스로 우뚝 섰다.

그것도 전국 야구팬의 3분의2를 몰고다니는 거인 군단의 보배가 됐다.

20일 현재 전적은 7승3패. 주니치의 노구치 (8승3패)에 이은 다승 2위다. 7승 가운데 세번은 완봉승이었다. 방어율 (1.84).탈삼진 (67개) 도 리그 2위. 올 시즌 처음 선발로 나와 일본 투수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신인왕 (3년차까지 대상).MVP를 휩쓸지도 모른다. 18일 자이언츠 구장인 도쿄돔 외야에서 몸을 풀고 나오던 그를 만나 보았다.

짤막한 답변마다 머금는 미소 속에는 자신감이 듬뿍 배어있는 듯 했다.

- 이제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열도의 스타도 된 느낌인데.

"스타가 되고 싶다. 남자로서 야구를 선택한 만큼 최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되고 싶다."

- 올 시즌의 구체적인 목표는.

"최다승이다. 지금같은 컨디션이라면 15승 이상은 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시즌 후반에 얼마나 체력이 버텨주느냐는 것이다."

- 체력 보강은 어떻게 하고 있나.

"비책은 없고 그냥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하고 찌개를 먹는다."

- 이국 땅에서 趙선수와 주니치의 이종범 (李鍾範) 선수가 맞부닥칠 때는 솔직히 누구편을 들어야할지 묘한 기분이 든다. 어떤가.

"특별한 느낌이 없다. 발빠른 타자여서 누상에 나가면 신경이 쓰이니까 될 수 있으면 안내보내려고 한다. 발만 느리고 도루만 하지 않아도 안타나 치라고 좋은 볼을 몇 개 줄텐데 나가면 골치 아프니까 안된다." (웃음)

- 본인이 생각하는 주무기는.

"포크볼.커브.슬라이더 등 여러 구종을 구사하지만 역시 직구라고 생각한다. " (직구 스피드는 시속 1백45㎞ 전후)

- 올들어 가장 쓰라렸을 때는.

"지난달 30일 히로시마와의 경기에서 4회에 8점을 내주었을 때다.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그렇게 얻어맞기는 처음이다. 그때는 정말 괴로웠다. "

- 나가시마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계에선 신적인 존재다. 어떻게 대해주나.

"얼굴은 경기때가 아니면 잘 보지 못한다. 평소에는 장난도 좋아하는 것 같고 옆을 지나갈 때는 엉덩이를 툭 치기도 한다. 피칭에 관해서는 이케가야 투수코치의 얘기를 듣는다."

- 오자마자 1년반 동안 2군 생활을 했는데.

"사실 1군에 바로 투입될 줄 알았는데 2군에서 몸을 조정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96년 시범경기때 세이부 라이언스 (퍼시픽리그) 전에서 1과 3분의2이닝동안 6실점한 것이 원인의 하나가 아닌가싶다."

- 2군 생활때는 남모를 어려움,에피소드도 있었을 법한데.

"사실 1군에 올라갈 기회가 오면 피로성 허리.어깨 근육통을 앓았다. 쓰라렸다. 그러나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에피소드라면 기숙사에 김치가 메뉴로 등장한 점이다."

- 1군으로 올라오면서 마무리 투수로 예상됐는데 어떻게 선발이 됐나.

"내 스타일은 선발이다. 일본에 올 때부터 선발로 뛰고 싶었고 2군에서도 선발로 기용됐다.

지난해 1군에 왔을 때는 선발 자리가 없었다. 사실 올해도 마무리로 기용될 줄 알았다.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있는 힐만 (미국) 등의 부상으로 투수진이 흔들리면서 선발 기회를 잡게 됐다. "

- 시범경기에서는 부진했지만 맹활약중인데.

"해마다 2, 3월이 좋지 않았다. 시즌이 시작되고 날씨가 풀리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여름에 강하다."

-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는 곧잘 웃는다. 자신의 성격은.

"좋지않은 일은 빨리 잊는다. 같은 시간에 같이 뛰면서 지는 것은 자존심 상한다. "

- 선동열 (宣銅烈).이종범선수와 달리 통역이 없고 인터뷰도 혼자하는데 본인의 일본어 실력은 어느정도인가.

"2년 동안의 기숙사 생활이 일본말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동료들과 부대끼면서 많이 배웠다. 상대방 얘기는 거의 알아듣는다. 교과서는 딱딱해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통해 말을 배웠다. 지방 사투리를 쓰다가 대리인으로부터 충고를 받기도 했다."

- 원정 경기는 어떻게 보내나.

"선수들끼리 어울려 밥도 먹고 가라오케에 가기도 한다. 미사와 (마무리 요원) 선수 등 투수진과 허물없이 지낸다."

- 자가용은 갖고 있나.

"시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 구단 소개로 벤츠 중고를 마련했다. 안전한 차가 있어야 한다. 몸을 다치면 끝장이다. 전철을 타면 팬들도 만나는데다…. 처음에는 대리인이 운전했지만 지금은 오너드라이버다."

- 올 시즌부터 국산 글러브를 쓰는 애국심을 보였는데.

"일본에 오면서 갖고 온 국산 글러브를 처음에는 쓰다가 일제 글러브로 바꿨었다. 그런데 지난해말 한국에 들러보니 경제 사정도 좋지않고 주위에서도 권유해 다시 한국 글러브를 끼고 있다. 애국심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거창하다."

- 팬레터는 많이 받나.

"구단쪽으로 오고 있다. 1주일에 한번씩 받아오는데 수십통은 된다.

한국은 여고생이 많고 어떤 학생은 일기처럼 매일 보내온다. 일본은 중학생에서 아줌마까지 다양하다. 내용은 열심히 하라는 격려가 대부분이다."

- 결혼은 생각하고 있나.

"마음속으로는 늘 언제쯤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바쁘다 보니 어렵다. 때가 되면 하지 않겠느냐. "

- 혹 사귀는 상대라도 있는지.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에 여대생이 있다. "

- 향후 계획은.

"때가 돼야 안다. 막 1군 선발이 됐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

만난사람 = 오영환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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