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로 돌아서 한숨돌린 아시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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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엔 약세로 제2의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던 상황에서 일단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은 세계경제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아시아 경제위기의 또다른 뇌관이었던 ^중국 위안 (元) 화의 평가절하^미 증시의 주가폭락^한국.태국.인도네시아의 위기악화 가능성 등이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엔화 가치의 반등은 한국의 원화 환율에도 긍정적 요소다.

최근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화는 절하압력을 받아 제2의 환란 (換亂) 이 우려돼 왔다.

태국.대만 등 대일 (對日) 경제의존도가 큰 동남아 각국도 마찬가지였다.

엔화 반등은 이들 나라의 경제에도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미.일 양국이 시장개입에 나서기로 합의함에 따라 일단 엔화가 급반등하긴 했지만 앞으로 엔화가치가 상향 안정세를 계속 유지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당분간 엔화 가치 향방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리는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엔 - 달러 환율의 향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은 미.일의 금리차나 무역적자 (일본은 흑자) 와 같은 중.단기적 요소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경제력이나 전망같은 장기적 요소다.

따라서 엔화 가치가 앞으로 상향 안정세를 유지하려면 일본 경제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일본 경제가 대외적으로 불안해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부실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금융체계 정비가 빨리 이뤄질 경우 엔화 가치는 제자리를 찾아나갈 전망이다.

아시아 경제위기가 현 상태에서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치료가 원만히 진행돼야 하는 것도 엔화 안정에 필수적이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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