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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력한 핵 억지력 보유했지만 핵 보유 선언 안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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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박길연 북한 유엔 특명대사는 "북한은 강력한 핵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핵실험이나 핵보유국 선언을 한다는 의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0일 미국 워싱턴 상원 의원회관에서 열린'한반도 평화포럼'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은 6자회담에 매우 진지하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성렬 북한 유엔 대사와 함께 북한 관리로는 처음 미국 의회를 방문했다. 이번 세미나는 코리아 소사이어티(회장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를 비롯한 미국 내 3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것이다.

그는 조셉 바이든(민주) 미 상원의원, 장영달(열린우리당) 의원 등과 6시간 동안 세미나를 한 뒤 이날 밤 뉴욕으로 돌아갔다. 그는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등 제반 조건이 충족되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먼저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라는 것은 한반도가 기술적으로 전쟁 중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 핵위기의 근원은 미국이 50여년 전 북한을 핵공격하려 한 데서 비롯됐고,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미국 주장은 날조'라고 강조하는 등 기존의 북한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미국이 자신들의 워싱턴 방문을 허용한 것은 "예삿일이 아닌, 환영할 만한 일" "이정표(Landmark)적인 미국의 정책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박 특명대사는 한국 의원들과 환담 도중 "본인은 한국 언론이 표기해온 '대사'가 아닌 '특명(전권)대사'이며 '차석대사'로 표기돼온 한성렬은'대사'"라며 국내 언론에 이같이 표기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세미나 뒤 두 사람이 연 기자회견 내용.

-6자회담에 진전이 없을 경우 북한은 핵실험이나 보유국 선언을 할 것인가.

"우리는 현재 매우 강력한 핵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핵실험이나 핵보유국 선언을 할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것(핵실험 등)은 6자회담 결과와 관계없다. 그러나 우리는 6자회담에 매우 진지하게 임할 것이다."

-미국 측 발표자들이 북한이 핵무기 5~6개를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한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아니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핵 억지력은 갖고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가 북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미 대선은 미국 내부의 일이다. 예측하고 싶지 않다."

-남북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가능성은.

"그에 대해 아는 바 없다."

-다시 워싱턴을 방문할 생각이 있나.

"이것이 마지막이 아닌 처음이 됐으면 한다. 여건이 성숙되면 다시 올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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