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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몰이 고삐잡은 김대통령]국무회의 발언 요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대통령이 16일 장관들을 불러 세워 '얼차려' 를 시켰다.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다.

미국에 다녀온 金대통령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장관들의 안건보고를 잠자코 듣기만 했던 취임 1백일 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金대통령은 꼬치꼬치 캐물으며 장관들의 업무파악 정도를 체크하고 점검했다.

박태영 (朴泰榮) 산업자원부장관 보고 때 金대통령은 이달의 수출입 상황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물었다.

이기호 (李起浩) 노동부장관에게는 9조6천억원으로 늘어난 실업기금이 왜 2조원 밖에 집행되지 않고 있느냐고 따졌다.

金대통령은 현안보고 및 의안의결이 끝나자 더 '무섭게' 변했다.

"앞으로 열심히 챙기겠다. 세계에선 한국이 방향을 제대로 잡았으나 진척이 안된다고 지적한다. 장관들이 과연 국정을 제대로 다룬다고 국민과 세계가 생각하겠나. 반성하고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까 기자들이 개각에 대해 질문하는 것 아닌가. 나는 개각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국민이 '이 장관은 안되겠다' 고 하면 대통령이 어떻게 할 수 있겠나. "

金대통령은 이어 부처별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국무회의는 2시간30분이나 걸렸다.

^노동부는 노사정위를 잘해 고통도, 성과도 서로 같이 나누게 해야 한다.

특별한 계획을 세워 나가야 한다.

정부와 공기업이 개혁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너무 부족하다.

각 부처 산하기관과 위원회를 통합하려하면 장관들이 안된다고 하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도 개혁해야 한다.

국민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고,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절대적으로 해야 한다.

^재경부는 금융.기업개혁에 리더십을 확고히 발휘해야 한다.

재정적자와 통화증가를 감수해서라도 중소기업 회생과 실업자 대책을 세우라.

^산업자원부는 벤처.중소기업 육성과 수출증대에 노력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학자들은 일본 경제가 문제되는 것은 21세기 정보산업비율이 15%밖에 안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데 우리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실업은 정권존립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국민심리에도 문제가 된다.

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서로 협의해 철저한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

^금융감독위는 노력은 했으나 은행장악력이 부족하다.

지난번과 같은 기업구조조정안 (퇴출 대상 기업 선정에 5대 그룹 계열사 제외) 이 어떻게 나올 수 있나. 이래선 안된다.

^기획예산위의 경우 공기업에 아직 변화가 없다.

각 부처의 이기주의가 있겠지만 빨리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세청은 국민이 가장 분하게 생각하는 것이 불로소득자들의 엄청난 사치인 점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뭘 하느냐, 세금은 왜 안거두는 거냐' 는 말을 안듣도록 하라. 세금문제는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불로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엄정하게 하라. ^국방부는 병무비리를 숨기지 말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조사해 명단을 공개하라. 일개 원사가 몇십억원씩 해 먹는 게 말이 되나. 이건 구조적 비리 아닌가.

다시는 이런 비리가 없도록 완전히 끝장내야 한다.

^국무조정실에 대해서는 규제를 쉬운 것부터 풀라고 했으나 2개월이 되도록 진전이 없다. 규제혁파가 안되면 외자도입이 안된다.

진전상황을 보고하라.

^난국이니 각자 자기 일을 철저히 해야 한다. 속도가 중요하다.

환부가 다 썩어간다. 과거 민주투쟁을 했건, 하지 않았건, 또 무엇을 했건 이 정부에 참여한 이상 '국민의 정부'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후반기 들어선 외국과 국민으로부터 '방향은 옳으나 행동이 없다' 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된다.

총리를 중심으로 자주 회의를 해 국정을 논의하고 재경부장관도 경제장관 간담회를 자주 갖도록 하라.

^외교안보부처는 차질없이 잘하고 있다.

이번 방미 때도 완벽하게 미국과 합의를 이끌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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