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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투표율 올리기 선물 공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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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투표한 사람에겐 할인 혜택을’ ‘앗, 데이트 전에 투표’.

다음 달 12일 도쿄도 의회 선거를 앞두고 각 시·구 선거관리위원회와 학생회·지역 상가회 등이 나섰다. 반토막도 안 되는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주요 타깃은 20대 청년들이다. 1959년 70.13%에 달했던 도의회 선거 투표율은 97년 40.8%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2005년 도의회 선거에선 43.9%에 그쳤다. 이 중 20대 투표율은 20%였다.

포스터와 안내책자 등의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지자체들은 지역 상가회와 손잡고 다양한 경품과 할인행사를 준비 중이다. 네리마(練馬)구의 경우 선거 마스코트 일러스트가 그려진 화장지를 제작해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주요 역과 쇼핑센터 화장실 등에 비치하기로 했다. “휴대전화·컴퓨터로부터 자유로운 화장실에서는 화장지에 새겨진 글에 의외로 관심을 갖는다”는 인근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빌렸다. 홍보 포스터에 들어갈 문구도 ‘앗, 데이트 전에 선거’로 젊은 층을 겨냥했다.

세타가야(世田谷)구 선관위는 술집을 공략하기로 했다. 다이쇼(大庄) 등 대형 체인술집의 협력을 받아 다음 달 3~11일 세타가야구 내 17개 점포에서 선거홍보 문구가 새겨진 잔받침을 내놓기로 했다.

준비한 컵받침은 모두 4만6000여 개. ‘정치 이야기를 술안주로 삼아달라’ ‘술에 취하더라도 투표일은 잊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부자 동네인 세타가야구는 50년대부터 홍보용 비행기를 띄우거나 연예인들을 불러 콘서트를 여는 등 선거를 이벤트화하는 사업을 벌여 왔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지자체 재정이 악화되자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참의원 선거부터 투표율이 낮은 연령대의 유권자들에게 선거 참여를 호소하는 엽서를 보내온 아키시마(昭島)시는 올해는 25, 27, 28세 유권자들에게 엽서를 보낼 예정이다.

신주쿠(新宿)구의 와세다(早稲田)대학 인근 상가회 소속 50개 점포에서는 투표확인증을 지참한 사람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선거 세일’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타바시(板橋)구는 지역 내 서점에서 투표일과 시간·장소를 적은 책갈피와 책커버를, 다이토(台東)구는 투표소에서 아이스팩과 휴대전화 클리너 등을 선물하기로 했다. 2004년 참의원 선거 때부터 선거세일을 시작한 와세다 상점회 측은 “선거와 판촉을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라며 “와세다대 학생들의 협력을 얻어 또 다른 선거 캠페인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선거를 주관하는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선거 포스터와 TV광고를 공개했다.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인기 개그맨 ‘게키단(劇団)히토리’를 모델로 기용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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