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도 강화’ 제대로 해야 갈등 치유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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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명박(MB) 대통령은 최근 “좌다 우다, 진보다 보수다 하는 이념적 구분이 지나치다”며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사회적 통합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오는 8월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사회통합위원회를 만든다고 한다. 위원회는 이념·계층·지역·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연구해 대통령에게 건의하게 된다. 사회갈등에 대한 진단에 이어 ‘MB식’ 치유 노력이 시작되는 셈이다.

소모적 이념갈등과 그에 따른 분열·대결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국 사회의 고질이다. 이 대통령이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그 치유책으로 중도 강화론을 제시한 것은 올바른 방향설정이라고 판단된다. 한국 사회는 산업화·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고 선진화를 향하고 있지만 사회 갈등으로 보면 오히려 후진(後進) 중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주요 갈등구조가 ‘민주 대 반(反)민주’ ‘영남 대 호남’이었으나 민주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갈등은 더 다양하고 깊어졌다. 김대중 정권 때는 여야 간·지역 간 정권교체라는 2대 숙제를 달성했는데도 지역·이념·계층 간 갈등은 더 심화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2대8’이라는 계급적 구분을 강조하고 좌파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갈등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국민은 국민통합을 주문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주었으나 이 정권 들어서도 갈등은 심해졌다. 남북관계가 얼면서 대북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경제위기로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다수 집권당과 소수 야당은 항상 전쟁 중이다. 분열은 거의 ‘자동화(自動化)’되어 쇠고기 수입, TV 선동방송, 미네르바, 신영철 대법관, 미디어법, 용산 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등 사안마다 사회는 거의 두 동강이 난다. 극단적인 갈등 속에서 중간지대는 신음하고 있다.

사회 분열을 해소하려면 사회 각 분야가 고뇌하고 치유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위 같은 기구는 잘만 운영하면 효율적인 길을 찾을 수 있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 당선자는 민주화합추진위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대표적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의 치유책을 다뤘다. 위원회는 관련자 증언을 듣고 처음으로 광주사태에 민주화 운동의 성격을 부여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위원회의 건의를 듣고 정부의 사과와 피해자 보상 등 치유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 위원회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다. 갈등 해소는 사회 전체의 몫이지만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통령부터 흔들림 없이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좌우 양극단의 거센 도전에 맞부딪치며 사회 전체의 통합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건전한 중도의 층과 폭을 두텁게 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대통령의 중도 강화론이 제대로 골격을 갖추고 국정운영 전반에 반영됨으로써 한국 사회의 고질인 이념대결과 사회갈등이 치유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