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중화경제권]심상치않은 경제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중국의 경제지표는 겉으로 보아 다른 어느 나라보다 건전하다.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이 7.2%나 되는데 비해 물가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눈에 띈다.

우선 중국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쪽에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5월중 대외교역액은 1천2백36억9천만달러로 지난해보다 5.4% 느는 데 그쳤다.

특히 5월중 수출은 23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1.5% 줄어들었다.

지난 5월말 현재 1천4백9억달러인 외환보유고에도 이상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93년 2백12억달러에서 지난해말에는 1천3백99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매년 2백억~3백억달러씩 늘던 외환보유고가 올들어서는 5개월간 불과 10억달러만 증가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기업들의 대중 (對中) 직접투자는 4백53억달러. 중국 대외경제무역부의 한 소식통은 "올해는 잘해야 3백억달러가 고작일 것" 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한국.일본.동남아의 기업들이 금융불안.경기침체로 투자를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기반시설 투자확대와 주택시장 활성화.내수 촉진 등에 나서 올해 성장목표 8%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3년간 7천5백억달러로 잡아놓은 이같은 투자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명확치 않다.

투자대상도 경지정리.관개시설.환경보호 분야 등이 많다.

금융기반이 취약한 중국의 은행들이 부실채권 발생을 우려, 극도로 몸조심하고 있는 것도 돈가뭄을 가져와 국내경기를 가라앉히는 요인이 되고있다.

동남아 각국 통화와 엔화는 경쟁적으로 절하돼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위안 (元) 화 절하론이 끝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