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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서 찾아나선 국제수지 구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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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은행이 국제수지통계의 구멍을 찾아나섰다.

지난해 국제수지표상의 '오차와 누락' 이 87억달러로 경상수지 적자액 86억달러를 능가한 데다 올 들어서도 그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해 적자액만큼의 액수가 어디서 샜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오차와 누락' 은 국제수지표상 실물거래와 금융기관을 통해 드나드는 돈의 흐름이 맞지 않는 것을 조정해 주는 항목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권장지침에서는 이 항목이 수출입합계액의 5% 이내면 대체로 국제수지통계가 정확한 것으로 인정해 준다.

우리나라의 '오차와 누락' 규모는 지난 91년 이후 96년까지 전체 수출입합계의 1%에 못 미쳤다.

지난해의 경우도 수출입합계액 2천8백11억달러의 3.1%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는 '오차와 누락' 이 지난해 과거 평균치의 7~8배나 갑자기 늘어났고, 특히 외환위기로 IMF구제금융을 신청한 직후인 지난해 11월과 12월 눈에 띄게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외화도피 의혹을 제기했지만 한은은 그동안 "실물거래가 수반되지 않는 단순한 외화유출은 아예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고 해명해 왔다.

또 신용장을 통하지 않는 무신용장 환어음방식 (DA.DP) 수출의 경우 금융기관이 외화부족 때문에 환어음매입 (네고) 을 기피하는 바람에 대금입금이 지연되는 것이 '오차와 누락' 의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출대금의 입금이 늦어지더라도 언젠가는 들어올 것이고 그 시점에서는 수출액보다 입금액이 많아져 '오차와 누락' 에는 플러스금액이 잡혀야 한다.

그런데 외환위기 발생후 6개월이 지나도록 상황이 역전되지 않고 있어, 그렇다면 수출대금의 입금이 늦어지는 게 아니라 어딘가로 샌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은은 그 요인으로 금융기관을 아예 거치지 않는 송금방식 수출을 지목하고 있다.

기업들이 송금방식으로 수출을 한 뒤 대금을 국내에 입금하지 않고 해외 현지법인이나 지사의 현지예금을 통해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모라토리엄 (지급불능) 의 우려가 크던 지난해말 주요그룹들이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거액의 달러를 해외에 비축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었다.

한은은 일단 주요 수출기업 및 업종을 대상으로 규모가 큰 수출사례를 건별로 추적하고 있다.

한은은 수출대금 입금여부와 지연사유를 밝혀낸 뒤 재정경제부와 함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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