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멕시코전 앞둔 차감독의 여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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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금 기자의 심정은 마치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이다. 한국월드컵축구대표팀의 분위기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파리의 차범근 감독' 은 더이상 분 단위로 스케줄을 짜 선수들을 다그치던 연습벌레가 아니었다.

연습은 오전이나 오후중 한번만 하고 선수들을 충분히 쉬게 하면서 여유를 갖도록 했다.

선수들은 숙소에서 마음껏 잠을 자거나 산책을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수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황선홍과 최성용이 다쳐 출전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걱정이나 근심의 빛이 역력해야 할텐데도 감독이나 선수들에게서 초조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과거 선배들이 경기를 앞두고 잔뜩 긴장해 안절부절못하거나 비장의 각오를 다지던 모습보다 보기에 한결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풀어져, 흔히 말하는 '정신력 해이' 로 경기를 망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차감독은 "선수들을 믿는다" 고 말했다. 그리고 선수들을 풀어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월드컵에서 한국은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한 경우가 많았다. 우선 주눅들어 먼저 실점한 후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어차피 경기가 시작되면 몸은 굳어진다. 얼마나 빨리 여유를 찾고 자리를 잡느냐가 중요하다."

차감독은 개막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굳혔다고 말했다. 브라질이라는 명성에 주눅든 스코틀랜드가 경기 초반 몸이 굳어 자기 플레이를 못했다는 것이다.

차감독의 의도대로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실점하는 경우가 없다면, 그리고 자기 플레이를 펼치면서 좋은 경기를 한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는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손장환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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