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회장 방북 '남북경협의 물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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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북통일과 금강산개발이 마지막 남은 소원이다. " 정주영 (鄭周永) 현대명예회장은 지난 4월 자신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이같이 피력했다.

방북과 금강산관광개발에 대한 그의 집착은 유별나다.

그런 그가 지난 89년1월 이후 9년5개월만인 오는 16일 두번째 북한 방문 길에 오르게 됐다.

특히 그의 이번 방북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남북관계 해빙의 물꼬를 트는 동시에 민간경협을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의미를 갖는다.

특히 경제인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남북관계 변화가 주목된다.

또 재계에서는 앞으로 김우중 (金宇中) 대우회장.박상희 (朴相熙) 중소기협중앙회장 등 기업인들의 방북이 줄을 잇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물론 鄭명예회장의 방북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현대는 새 정부의 '재벌총수 방북 허용방침' 이 나온 직후인 4월초부터 본격적으로 방북을 추진해왔다.

그가 북한에 줄 '선물' 의 규모에 대해서도 북한측과 수차례 줄다리기가 있었고, 특히 최근에는 판문점 통과 허용 문제를 놓고 북한측이 '장고 (長考)' 하는 바람에 방북시기가 수차례 조정되기도 했다.

게다가 현대 내부적으로는 대북접촉 채널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혼선을 겪었고 방북단 인원구성 문제를 놓고도 최고경영진간에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한편 현대는 이번 방북 기간중 북한측과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을 비롯, 89년때 합의한 사항 등의 세부 추진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가 추진할 사업에는 ^시베리아.원동 (遠東) 지구 공동진출^원산 수리조선소와 철도차량공장 합작^남포 컨테이너합작공장 건설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89년 방북 이후 문익환 (文益煥) 목사 월북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됨에 따라 제대로 결실을 보지 못한 것들인데, 현대측은 이번 방문에서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낸다는 복안이다.

현대 관계자는 "자세한 부분까지 사업계획을 작성해 놓았으며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측과도 논의해온 만큼 좋은 결실이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의 경우 호텔.골프장.스키장 등 각종 관광시설의 건설계획과 외자유치방안, 관광지 개방 계획 등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83세인 鄭명예회장은 "금강산 개발은 내가 반드시 해야 할 과제" (회고록 '이땅에 태어나서' ) 라며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현대의 대북 경협사업은 종전 양상과는 달리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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