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당 중재했던 어느 미디어위원의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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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발위) 소속 한국외국어대 문재완 법학 교수는 자유선진당에서 추천한 위원이다. 헌법에 정통한 그는 언론법 전문가로도 명성이 높다. 문 위원은 사안마다 날을 세워온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도맡았다. 이런 그가 최근 민주당 측의 ‘여론조사’ 강행 논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의견서를 미발위에 제출했다.

문 교수는 지난 12일 미발위 홈페이지에 게재된 ‘미디어위원회 운영에 관한 의견서’에서 “위원회가 여론조사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건 근거 없는 독단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정당이 3월에 합의한 내용은 국회 문방위가 여론수렴 절차를 거친다는 것이었다”며 “미발위 역시 여론조사를 할 수는 있지만 그 여부를 문제 삼아 위원회 활동을 비판한 것은 왜곡된 내용을 국민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책 반영에 있어 여론조사가 부적절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 위원은 우선 “여론조사는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포퓰리즘의 우려가 크다”며 “이번 방송법의 개정 내용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일부 해제하는 문제인데 이런 규제완화 문제를 여론조사로 묻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미디어법 문제는 규제 수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정교한 ‘정책조합(Policy mix)’의 문제인 만큼 이를 국민 상식에만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여론조사는 정책 수립 시 참고자료에 불과한데 위원회가 여론조사에만 매달려서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문 위원은 결론에서 “난 자기가 소속된 정당이 (법안 전쟁에서) 패배하더라도 미발위가 승리했으면 한다. 그 승리는 우리가 합의문을 만드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민주당 측 미발위 위원들이 여론조사를 문제 삼아 17일 위원회를 탈퇴했기 때문이다. 문 위원은 “보고서를 쓰는 게 국민이 부여한 임무”라며 잔류를 택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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