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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보세요 고통이 녹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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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혹시, 엄마 뱃속에서 머물던 그때를 기억하나요?”

틱 낫한(83) 스님이 묻는다. 그리고 덧붙인다. “뱃속의 나와 엄마, 그게 연기(緣起)의 진리입니다. 어떤 사람도 홀로 존재하지 못합니다. 존재하려면, 우리는 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서로 보듬어주는 ‘서로 존재’이어야 합니다.”

틱 낫한 스님이 에세이집 『엄마』(이도흠 옮김, 아름다운 인연 펴냄, 9800원)를 내놓았다. 다소 생뚱맞다. 출가한 승려에게 가족은 ‘집착의 대상’ 혹은 ‘잊어야 할 존재’로 인식된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출생, 16세에 출가했던 틱 낫한은 솔직하게 고백한다. “저는 엄마를 떠나 승려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한 것에 지금도 마음 한구석이 아픕니다. 엄마의 사랑이라는 진귀한 보배에서 충분히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잃고 말았으니까요.”

틱 낫한은 기억하라고 한다. 그리로 돌아가라고 한다. 엄마의 뱃속, 거기서 느꼈던 평화와 고요를 향해 발을 떼라고 한다. 그리고 마음챙김 수행을 제시한다. “얼굴엔 수많은 힘살이 있습니다. 화를 내거나 두려워하면 힘살이 긴장을 합니다.” 그런데 틱 낫한은 그 힘살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삶의 긴장, 일상의 고통을 향해 미소를 보내라고 한다. 왜일까. 미소가 그런 긴장과 고통을 녹이기 때문이다.

틱 낫한은 우리 모두에겐 엄마의 자궁처럼 평안한 ‘진정한 우리집’이 있다고 한다. 그 집은 ‘지금 여기’에 있다고 한다. 누구나 마음챙김 수행과 참선을 통해 그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당신의 진정한 집은 추상적인 이데아가 아닙니다. 당신이 언제든 만질 수 있고 매 순간 살 수 있는 곳입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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