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여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지금껏 남학생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해 5월 학술지 ‘사이언스’엔 40개국 청소년들의 ‘2003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를 분석한 결과 남학생들이 수학에서 평균 10점 차로 여학생들을 앞섰다는 논문이 실렸다. 흥미로운 건 국가별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다. 스웨덴·노르웨이 등 남녀평등지수가 높은 나라는 여학생의 수학 성적이 남학생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다. 반면 평등지수가 낮은 터키는 남녀 간 점수 격차가 23점이나 났다. 논문 저자들은 이를 근거로 “남녀 간 수학 점수 차는 천성(nature)이 아닌 문화(culture)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성 평등 의식이 높아 ‘여성=수학꽝’ 식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나라에선 여학생들도 얼마든지 수학짱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한국은 과연 어떨까. 터키·이탈리아와 함께 남녀 간 점수 차가 가장 큰 편에 속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여학생은 문과, 남학생은 이과 식’의 선입관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여학생 중 이른바 ‘수포생’(수학 포기 학생) 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그래서일 터다. 입시철 포털 지식검색엔 “수포생인데 인서울(서울에 있는 대학) 갈 수 없느냐”는 질문이 넘쳐난다. 미안하지만 답은 뻔하다. 힘들다.
변신의 기로에 선 우리 대통령이 수포생의 비애를 보면서 교훈을 얻는다면 좋겠다. 대통령에게 정치·외교·경제는 ‘국영수’나 매한가지니 말이다. ‘경포대’(경제 포기 대통령)도 못 쓰지만 ‘정포대’(정치 포기 대통령) 역시 곤란하다. 여학생들은 편견의 굴레를 넘어 수학을 정복해야 하고, 대통령은 혐오감에서 벗어나 정치와 맞닥뜨려야 한다. 수학도 정치도 절대, 절대,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신예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