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교수 명예퇴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영국 작가 제임스 힐턴의 소설 '굿바이 미스터 칩스' 는 한 평범한 교사가 살아 온 인생을 감명 깊게 다루고 있다.

1933년 영국에서 발표됐으나 주목받지 못하다 이듬해 미국에서 소개된 뒤 베스트 셀러가 됐다.

그후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으며, 여러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명문케임브리지대 출신인 치핑 선생은 22세 젊은 나이에 브룩필드중학교 라틴어교사로 부임했다.

그후 43년 동안 근무하면서 브룩필드의 산 역사가 됐다.

학생들은 그를 '미스터 칩스' 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48세 노총각으로 25세 꽃다운 처녀 캐서린과 결혼했지만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결혼생활은 불과 2년만에 끝났다.

65세 되던 해 치핑 선생은 교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브룩필드를 떠나지 않았다.

길 하나 건너의 위키트 부인 집에 하숙하면서 학교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맞춰 교사 아닌 교사생활을 계속했다.

치핑 선생의 집에는 언제나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줬다.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가르침을 베풀었다.

치핑 선생은 항상 자신에겐 '수천명의 자식들' 이 있다고 자랑했다.

개중에는 3대가 제자인 경우도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잠들 듯 조용히 눈 감았을 때 브룩필드의 수천명 자식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리고 그의 명복 (冥福) 을 빌었다.

"굿바이 미스터 칩스. " 세상에는여러 직업들이 있지만 교직만큼 명예를 중시하는 직업은 없다.

교직을 가리켜 천직 (天職) 이라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교직은 명예와 거리가 먼 직업이 돼 버렸다.

3년전 중앙일보가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사들은 직업 만족도는 높은 반면 낮은 보수와 처우에 실망하고,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사기가 낮다.

구조조정의 거센 파도가 교직사회에까지 덮쳤다.

교육부는 고령 (高齡) 교사에 대한 명예퇴직을 전면 실시할 방침이다.

신규채용을 통한 세대교체로 침체된 교직사회의 활성화를 꾀한다지만 학교가 미숙한 젊은 교사들로만 채워졌을 때 오는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특히 퇴직가산금이 '미끼' 라면 그로 인해 교직사회가 입을 정신적 손실은 막대할 것이다.

교직이 명예로운 직업이어야 한다는 데 이론 (異論) 이 있을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