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방미]경제 세일즈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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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을 방문중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경제외교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한국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투자협정 체결, 미국 해외투자보증공사의 대한 (對韓) 투자보증사업 재개, 미국의 한국에 대한 2선지원 약속 등을 얻어낸 金대통령은 11일에도 실적을 올렸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로부터 한국의 재정지출 확대, 금리인하 등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고 앞으로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수출금융과 중소기업지원을 확대하는데 대한 양해도 받아낸 것이 그중 하나다.

이는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재정의 신축적 운영은 우리 사정상 재정적자를 뜻한다. 여기엔 두가지 뜻이 함축돼 있다.

하나는 경기 (景氣)가 나빠 세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굳이 세금을 더 거두는 방법으로 세수균형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쥐어짜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실업대책을 세우고 금융부문을 구조조정하는데 현실적으로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함을 IMF가 인정한 점이다.

이로써 현재 7조9천억원 규모의 실업기금을 정부 뜻대로 2조~3조원 더 증액할 여유가 생겼으며,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도 더 쉽게 마련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앞으로 부실금융기관 영업정지 등 금융구조조정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하 동의는 IMF가 한국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있음을 인정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그동안 IMF는 한국에의 외환유입을 통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고금리를 유지토록 했으나, 이젠 그것보다 고금리로 인한 산업기반 훼손을 막는 게 급선무라는 우리측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IMF가 한국정부의 수출금융과 중소기업지원 확대에 한시적으로 동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金대통령은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와도 만났다.

울펀슨 총재는 대한 구조조정차관 2차분 50억달러 중 20억달러를 연내에 제공할 것임을 밝혔다.

이 경우 우리로선 금융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에 꼭 필요한 돈을 쓰게 되는 이점이 있다.

단기적으로 재정부담을 완화해 주는 효과도 있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도 金대통령에게 좋은 소식을 전했다.

미 수출입은행이 한국에 20억달러의 무역금융을 비교적 싼 금리 (연6. 6% 수준) 로 제공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돈은 한국 수출기업의 원자재 구입에 주로 쓰이게 되므로 수출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들이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재정적자.외채규모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조속한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회복과 대외신인도 제고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워싱턴 =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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