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채 털어내기 비상…12조원중 절반이 부실화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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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실 리스사의 정리를 앞두고 금융기관들이 일제히 보유 리스채를 털어내는데 나섰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리스채를 인수해 지니고 있는 투신사.은행신탁.종금사들은 하반기중 폐쇄될 가능성이 있는 리스사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채권을 회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음을 돌리거나 만기전 상환을 요구할 경우 리스사가 즉시 부도를 낸다고 보고 보유 리스채를 다른 채권 (債券) 으로 교환하거나 대출상대방을 바꾸는 등 우회적인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리스업계 관계자는 "리스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12조원에 달하는 리스채의 절반 이상이 부실채권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어 각 금융기관이 채권확보에 나서고 있다" 고 말했다.

◇우회자금지원 = 금융기관이 먼저 리스를 이용중인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리스료를 조기상환토록 하고 리스사는 다시 이 돈으로 리스채의 원리금을 만기전에 갚는 방식이다.

투신사들이 많이 사용하는데 부도위험이 적은 우량기업을 골라 기업어음 (CP) 이나 사모사채를 인수해 주는 조건으로 리스료 조기상환용 자금을 대주고 있다. 투신사로서는 자칫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는 리스채를 우량기업의 채권으로 바꿔 갖는 셈이므로 부실화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리스채.리스자산 상계 = 리스채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이 먼저 카드사의 채권 (카드채) 을 인수해 주는 조건으로 카드사에 보유 리스채를 매각한다.

이어 카드사는 리스사로부터 리스자산을 넘겨받고 그 대금으로 현금대신 금융기관으로부터 사들인 리스채를 지급한다. 리스사는 이 리스채를 리스자산과 상계 (相計) 처리하고 있다.

리스를 이용하던 기업은 리스료를 카드사에 내게 되는데 카드사의 리스요율이 높을 경우 기업의 추가 부담을 보전해주기 위해 금융기관은 CP나 회사채를 인수해 주기도 한다.

금융기관.카드사.리스사.기업 등 4개 기관의 뜻이 맞아야 하므로 그리 활발치는 않은데 일부 지방리스사가 이 방식으로 채권과 자산을 상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없나 = 리스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리스사의 우량자산이 함께 줄어들게 되므로 리스사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미리 채권회수를 하지 않은 선의의 채권자들은 나중에 불이익을 당하게 돼 분쟁의 소지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일부 리스사들은 특정 채권금융기관과 짜고 우량자산을 조직적으로 빼돌리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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