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각제로 정계개편 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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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역연합에 의한 대대적 정계개편을 선전포고해온 여권에 맞서 한나라당 일각에서 '내각제 당론' 을 채택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몇몇 중진의원과 초.재선의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내각제 당론은 우선 '2년 후 재집권' 이라는 달콤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한나라당 내의 이같은 논의는 단지 정계개편에 맞서 DJT연합정권을 교란시키는 전략적 목적 외에도 재집권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선제공세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한 중진의원은 "여권의 권력기관 장악에 의해 검찰수사 등이 횡행하고 5년간 다수당이 야당으로 지내야 하는 상황에서 제1당 재집권 가능성을 지닌 우리당이 내각제를 반대한다면 이상한 일" 이라고 설명했다.

내각제가 정계개편의 폭풍에서 탈당.분당사태를 막을 유일한 카드라는 내부적 요인도 제기됐다.

한 의원은 "세력간 연정 (聯政) 이 가능할 뿐더러 각료배분으로 지분이 보장되는 내각제라면 중간보스가 당을 나가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고 했다. 최근 여권의 지역연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윤환.신상우 부총재계 등 당내 영남세의 이탈을 막을 다목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전후로 내각제 정강정책을 채택, 일말의 재집권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지리멸렬한 현재의 당분위기도 쇄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7인 지도부는 이같은 내각제 움직임을 표면적으로는 수용치 않고 있다.

반면 반응의 스펙트럼은 다소 나눠지고 있다.

"내각제는 나라에 도움이 안된다" (趙淳총재) , "지금은 국난극복에 국력을 모아야 할 시기" (李會昌명예총재) , "대통령제가 당론" (李基澤부총재) , "내각제에는 반대" (신상우부총재) , "경제위기를 정치위기로 확대시키는 것" (金德龍부총재) 등이다.

그러나 내각제론자인 김윤환 부총재측은 "지금은 전당대회 소집을 통한 당 지도체제 개편이 우선" 이라고 했다.

내각제 논의가 조기전당대회 소집에 연계되면 '조기전당대회 성사' 라는 뚜렷한 목표가 희석된다는 지적이다.

이한동 (李漢東) 부총재도 "내각제는 당장 거론하는 게 좋지 않다" 며 "지금은 경제를 살려야 할 때" 라고 조심스럽게 여운을 남겼다.

지도부 7인은 金대통령의 지역연합론에 대해서는 대부분 '정략적 발언' '새로운 지역감정 조장' 등으로 격하하고 있다.

이기택 부총재측은 특히 "연합의 타깃이 김윤환 부총재인지, 신상우 부총재인지도 불분명한데다 구체적 방법도 제시안돼 실현가능성 없는 정치적 제스처" 라고 선을 그었다.

최훈.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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