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진압 첨병 ‘바시즈’는 이슬람 원리주의 신봉하는 준 군사조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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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곤봉과 최루탄 등으로 무장하고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는 민병대 ‘바시즈(bassij)’에 대한 이란 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일부 시위대가 친정부 청년 민병대 바시즈의 초소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바시즈 대원들의 총격을 받아 최소 7명이 숨졌다.

BBC는 “진압 경찰 헬멧을 착용한 바시즈 대원들이 시위대 강경 진압에 앞장서고 있다”며 “시위대가 모일 수 있는 도심 곳곳의 요충지에 곤봉을 든 바시즈 대원들이 깔려 있다”고 보도했다. 향후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경우 바시즈 민병대가 친정부의 선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혁명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지시로 설립된 바시즈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청년들로 구성된 준 군사조직이다. 이란 권력의 핵심인 혁명수비대의 지휘를 받는 바시즈는 산하 조직원이 50만 명에 이른다. 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선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인해전술로 백병전을 벌였을 정도로 강한 군인정신과 전투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란 전역에 그물망처럼 하부 조직이 퍼져 있어 이란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하다. 보수파 인력을 배출하는 인재풀 역할도 하고 있다. 이란 과학기술대학(IUST)에서 토목학을 전공했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바시즈 대원으로 활동했다.

바시즈는 공식적인 국가 공권력은 아니지만, 경찰과 함께 국가 혼란 상황 때 투입돼 치안 유지 활동을 벌인다. 대규모 조직력을 활용해 각종 대형 종교행사에 동원돼 정권의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란 현지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들의 치안 유지 활동은 극우 폭력에 가깝다”고 전했다.

2003년 6월 정치·언론·종교·학계 인사 248명이 인권선언문을 발표하자 이를 지지하는 시위가 테헤란 곳곳에서 일어났다. 사태가 6일째 이어지자 바시즈 민병대원 수백 명이 테헤란대학 기숙사에 들어가 체인과 흉기 등을 휘두르며 학생들을 공격해 15명 이상이 중상을 입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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