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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게 거래된 그림 톱 1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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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화가의 그림은 값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짭짤한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한다. 상위 10위권 내에 드는 작품들의 소장자, 다시 말해 미술시장의 큰손들이 대부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헤지펀드계의 거물들인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물론 사무실 벽에 걸어 놓고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다면 최근 경매 등을 통해 판매된 그림 가운데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은 어떤 작품일까. 태평양에 있는 국가 니우에(Niue)의 국내총생산(GDPㆍ1년간 한 국가에서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시장 가치를 보탠 것)보다 더 비싼 그림만 해도 무려 4점이나 된다.

다음은 지금까지 미술 시장에서 거래된 작품 가운데 가장 비싼 톱 10 작품들이다. 작가와 작품이 유명한 것도 있고 전혀 생소한 작품도 있다. 작가는 유명한데 작품은 덜 알려진 것도 있다. 옥션(경매)를 통해 거래된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사고 판 작품도 있다.

1. No. 5, 1948 (잭슨 폴록)= 1억 4000만 달러(약 1750억원)

소장자 데이비드 마르티네스. 현대 미술은 부유한 컬렉터들에게 매우 인기라는 사실을 입증해주기라도 하듯 잭슨 폴록(1912~1956)의 이 작품은 ‘최고 가격으로 거래된 미술작품’의 1위에 올라 있다. 이 가격은 추정치이지만 소장자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가격이다. 개인적인 거래로 구입했지만 소더비의 경매 담당 토비아스 마이어가 중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뮤얼 어빙 뉴하우스가 구입해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되었다가 음반ㆍ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게펜을 거쳐 데비이드 마르티네스의 손에 들어갔다. 뉴욕타임스 2006년 11월 2일자는 게펜이 마르티네스에게 1400만 달러를 받고 팔았다고 보도했다.

2. 여인 III(윌렘 데 쿠닝)= 1억 3750만 달러(약 1719억원)

‘여인 III’(1953년)은 윌렘 데 쿠닝(1904~97)이 직접 번호를 붙인 ‘여인’ 연작 6점 가운데 세번째 작품이다. 데 쿠닝이 그린 ‘여인’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이 소장 중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작품 중 박물관이 소장하지 않은 작품으로는 미술사적으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953년 작품으로 데 쿠닝이 이끌었던 추상적 표현주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윌렘 데 쿠닝은 오랜 투병 끝에 1997년 세상을 떠났다. 헤지펀드로 백만장자가 되어 최근 마네의 자화상 등 유명 작품들을 컬렉션해오고 있는 스티븐 코언이 2006년 11월 데이비드 게펜으로부터 구입했다. 게펜은 1994년 테헤란의 한 박물관에서 이 그림을 사들였다. 테헤란 박물관은 이 그림을 판 돈으로 페르시아 왕의 대관식 장면을 그린 16세기 그림을 구입했다.

3. 아델 블로흐 바우어 I (클림트)=1억 3500만 달러(약 1687억원)

화장품 재벌 로널드 라우더가 2006년 6월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유족으로부터 경매를 통해 구입해 소장 중이다. 라우더가 이 작품을 구입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나치 독일로부터 되찾은 유태계 소유의 회화 컬렉션을 만들어 뉴욕에 있는 노이에 갈르리(Neue Gallerie)에 전시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 작품도 현재 이 갤러리에 소장 중이다. 로널드 라우더는 이 작품에 대해 ‘우리 시대의 모나리자’라고 말했다.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는 같은 모델로 초상화를 2 점 그렸는데 이 그림은 캔버스 위에 유화와 금가루, 은가루로 그려 훨씬 화려한 이미지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4. 파이프를 든 소년(Garcon a la Pipe. 피카소)=1억 416만 8000달러(약 1301억원)

소장자 미상. 이 그림은 2004년 5월 5일 뉴욕 소더비 경매를 통해 팔렸다. 경매로 거래된 그림 중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1905년 피카소가 24세 때 그린 작품이다. 그림 속의 주인공은 여자 같은 분위기의 소년이다. 남성적인 소품(파이프)에 여성적인 이미지(머리에 쓴 화환)가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매 당시 많은 미술 평론가들은 낙찰 액수를 보고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피카소의 다른 작품에 비해 미술사적으로 별로 가치 없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림 값과 작품의 예술적 가치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다.

5. 도라 마르 초상화(Dora Maar au Chat. 피카소)=9521만6000달러(약 1190억원)

소장자 미상. 도라 마르는 피카소가 무척 아꼈던 여인 중 한 명이다. 이 두 사람은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뜨거운 관계였다. 55세의 피카소는 36세의 화가 도라 마르와 사랑에 빠졌다. 도라 마르는 파리 태생이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성장해 피카소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고양이를 어깨에 태우고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을 그린 이 그림은 1941년 작품이다. 당시 프랑스는 나치 치하에 있었다. 디테일한 부분을 꼼꼼히 그린 것으로 보아 도라 마르에 대한 피카소의 뜨거운 연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000년대초까지 개인 소장자의 손에 있다가 2006년 경매에 나왔으나 다시 2006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를 통해 익명의 컬렉터의 손에 들어갔다.

6. 아델 블로흐 바우어 II(구스타프 클림트)=8793만 6000달러(약 1100억원)

소장자 미상. 아델 블로흐 바우어는 클림트가 두 번 이상 그린 유일한 모델이었다. 1912년 작품으로 상징주의 운동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산업 부호 페르디난드 블로흐 바우어의 부탁으로 그의 아내를 그렸다.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기 직전 1920년대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에 기증됐다. 지리한 법정 공방 끝에 클림트의 회화 5점은 블로흐 바우어 후손의 손에 들어갔다. 블로흐 바우어 후손은 즉시 경매에 넘겨 익명의 소장자의 손에 들어갔다. 따라서 현재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작품이다.

7. 트립틱 1976 (프란시스 베이컨)=8630만 달러(약 1078억원)


러시아의 석유 재벌 로만 압라모비치는 현대미술에 조예가 깊은 여자 친구 다리아 주코바의 권유로 이 그림을 샀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 작가 프란시스 베이컨(1909~1992)이 1971년 애인이 자살한 다음 몇년간 겪었던 끔찍한 악몽을 그린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신의 노여움을 사서 코카서스 산 꼭대기의 바위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았다. 이 작품은 최근 압라모비치가 모스크바에 개관한 ‘현대문화센터 갤러리(CCC Gallery)’에 2010년 전시될 예정이다. 트립틱(Triptych)이란 세 폭 짜리 그림을 말한다.

8. 의사 가셰의 초상(빈센트 반 고흐)=8250만 달러(약 1032억원)

‘의사 가셰의 초상’(1890년)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자신의 주치의를 그린 그림이다. 비싸게 팔린 10위인 ‘몽마르트 물랭 라 갈레트의 무도회’와 더불어 1990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74세의 일본 다이쇼와(大昭和)제지 명예회장 사이토 료에이(齊藤了英)가 구입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그림으로 손꼽했다. 일본의 버블 경제가 꺼지기 직전에 샀다. 사이토는 이 그림을 온도 습도가 조절되는 지하실 창고에 보관 중이었다. 1993년 사이토는 부도 위기에 몰렸고 뇌물 수수죄로 3년형을 받고 집행 유예로 풀려났다. 그는 자기가 죽고 나서는 이 그림을 불태워 함께 묻어 달라고 말했다가 얼마 후 농담이었다며 말을 바꿨다. 사이토는 1996년 세상을 떠났고 그림의 행방은 묘면해졌다. 적어도 확실한 것은 불에 태워 함께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그림의 다른 버전은 파리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 중이다.

9. 잘못된 출발(재스퍼 존스)=8000만 달러(약 1000억원)

원래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 컬렉터가 데비이드 게펜에게서 구입했는데 매튜 막스 갤러리에 잠시 전시된 뒤 소장자의 이름이 알려졌다. 소장자 케니스 그리핀은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시타델 투자그룹의 CEO다. 재스퍼 존스(1930~)가 1959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팝 아트 운동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색채로 글씨까지 씌어 있다.

10. 몽마르트르 물랭 라 갈레트의 무도회(피에르 오귀스트 르느와르)=7810만 달러(약 977억원).

피에르 오귀스트 르느와르(1841~1919)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다. 8위인 ‘의사 가셰의 초상’(고흐 작)과 함께 1990년 일본의 제지 사업가 사이토 료에이가 구입했다. 그림에 나오는 줄무늬 의상을 입은 소녀는 르느와르가 아꼈던 모델 중 한 명의 여동생이다. 춤을 추는 커플은 다른 모델 마르고와 쿠바 출신의 화가 카르데나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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