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사실상 승부가른 로드맨 명수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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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프로농구 (NBA) 최강의 팀 시카고 불스는 우선 마이클 조던의 화려한 공격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팬들은 조던에게 매혹된 나머지 불스가 NBA팀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비력을 지닌 팀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다.

불스가 1백점 이하로 실점을 줄인 경기에서 승률은 90%를 넘는다.

조던은 87~88시즌 '올해의 수비선수' 다.

데니스 로드맨.스코티 피핀도 줄곧 '올 디펜시브 팀' 에 뽑혀온 수비의 달인들이다.

8일 벌어진 3차전에서도 승부는 수비력에서 갈렸다.

이날 조던은 24득점, 칼 말론은 22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집중력이었다.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 누가 코트를 장악했느냐가 승부를 가른 것이다.

칼 말론이 3개의 에어볼 (림도 맞지 않고 빗나간 슛) 을 기록한 2쿼터에 재즈는 17득점, 불스는 32득점했다.

이 점수차가 불스의 승리로 이어졌다.

말론의 부진은 로드맨에게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로드맨은 풋워크가 좋은 말론의 드리블 루트를 미리 점령, 범실을 유도했다.

1대1 능력은 뒤졌지만 동료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말론을 몰고가는데 성공한 것이다.

농구 감독들은 수비를 "공격을 어렵게 하는 것" 이라고 정의한다.

가장 강력한 무기인 말론을 잃은 재즈의 공격은 당연히 지리멸렬했다.

재즈는 불스에 길목을 잡힌 듯한 느낌이다.

말론은 2차전이 끝난 후 "내가 더 잘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고 했다.

그러나 "말론을 잡는 법을 안다" 는 로드맨의 존재는 2승1패로 몰린 재즈를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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