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증시는 3개월짜리 ‘안도 랠리’의 끝물인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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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28면

“안도 랠리(Relief Rally)는 석 달 정도 이어진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JP모건체이스의 수석 투자전략가 얀 로이스(사진)는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요즘 주가 상승을 ‘안도 랠리’라고 진단했다. 침체나 공황 끝물에 회복 기미가 하나둘 나타나면 투자자들이 마음을 놓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상승 국면이라는 것이다. 한국 경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그는 미 중앙은행의 경제 분석가 출신답게 그래프를 그리면서 꼼꼼하게 설명했다. 그는 “과거 미국의 경기 침체 시기를 종합해 보면 안도 랠리의 수명은 3개월 남짓”이라고 강조했다.

얀 로이스 JP모건 수석 투자전략가

-최근 주가 상승을 어떻게 보나.
“베어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나 초기 상승(Early Rally) 등 여러 가지로 불리지만, 나는 안도 랠리로 부른다.”

-안도 랠리의 특징은 무엇인가.
“기업의 실적이 다시 좋아져 경제가 성장으로 돌아서기 직전에 주로 나타난다. 실적을 바탕으로 한 주가 상승이 아니라서 오래가지 못한다. 주가 오름세가 꺾이면서 조정이 나타났다. 따라서 지금 주식시장에 뛰어들면 (단기 차익을 얻기에는) 늦었다.”

-이미 조정기라는 말인가.
“눈앞에 벌어지는 주가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단 과거 사례와 상황에 비춰 최근 주가 하락은 안도 랠리의 끝이라고 볼 만하다. 이어 주가가 떨어지고 다시 회복하지만, 그 폭은 일반적으로 크지 않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상승은 언제부터나 가능할까.
“과거 사례를 보면, 미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주가가 오르곤 했다. 미 경제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엔진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미 경제가 회복해야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를 듯하다.”

로이스는 1982년 미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JP모건의 경제정보 책임자 역할도 맡고 있는 그는 요즘 워싱턴과 뉴욕에서 미 경제정책 담당자들과 자주 만나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그래서 미 경제 회복 시점을 예측해 달라고 요구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아주 새로운 수단을 동원해 위기에 대응했다. 통상적인 수단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만큼 효과가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경기 회복 시점을 쉽게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국제유가 등을 보면 위기가 끝난 듯한데….
“최근 국제유가 상승은 방어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미 중앙은행이 달러를 마구 풀었다. 경기회복 기미가 나타나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시장 참여자들이 인플레로부터 재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상품에 베팅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헤지를 하는 것이다.”

-인플레 우려가 그토록 크다면, 미FRB가 금리를 올리면 되지 않나.
“당분간 쉽게 올리지 못할 것 같다. 내년에도 실업률이 9~10%대를 넘나들 것이다. 성장률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버냉키가 기준 금리를 올리려 하면 행정부와 의회가 거세게 반대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이후 인플레가 심해지지 않을까.
“버냉키는 90년대 일본의 장기 침체 교훈에 따라 위기 순간에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막기 위해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장했다. 그의 대응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디플레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 풀린 돈을 감안하면 끝내(In the long run) 인플레가 발생하겠지만 1~2년 안에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로이스는 JP모건 내부에서 어디에 얼마를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의 분석과 전망에 따라 JP모건의 자산운용 방향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그가 한국 증시를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과거 글로벌 침체 국면을 보면 이머징 마켓의 주가 회복이 선진시장보다 빨랐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중국과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이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자본이 쏠리는 중국을 중심으로 분업구조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등은 각종 펀드들이 자산을 배분하는 데 1순위로 꼽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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