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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영업 허용·미성년자 규제연령 조정 왜 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심야영업제한 폐지와 청소년 연령의 19세 미만 조정소식을 들은 한 대학가 맥주집 주인 K씨는 "IMF시대에 한시름 덜었다" 며 반색했다.

"속이 다 후련하네요.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규제를 만들어 가지고 지금까지 단속공무원들 먹여 살리는 것밖에 더 했습니까. " 그의 말처럼 심야영업단속과 청소년 연령문제는 워낙 비현실적인 규제라 단속의 실효가 없고 대신 '단속만 하면 걸리는 현실' 때문에 업주들이 단속공무원들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하는 비리의 온상이 돼 왔다.

K씨의 경우 대학생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는데 대학 1년생의 경우 대부분 만19세다. 따라서 구청직원이나 경찰이 식품위생법상 '만20세 미만에게는 술을 팔 수 없다' 는 법규정을 들고 나서면 영락없이 단속에 걸렸다.

그러다 보니 미리 뇌물을 상납해 벌금도 안 물고 영업정지도 안 당하는게 훨씬 이익이다.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의 경우 양상은 비슷하지만 문제는 더 심각하다. 청소년 연령문제만 아니라 심야영업제한이라는 족쇄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심야영업이 제한되는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술꾼들은 자정이후 술자리를 찾기 때문에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은 사실상 심야불법영업을 계속해 왔다.

불법이다 보니 출입구를 열어 놓은채 영업을 하지 못한다. 자연히 불법호객행위 (속칭 삐끼)가 필요하고 싸게 삐끼를 고용하려다 보니 미성년자들을 주로 고용해 왔다.

이같은 불법적 요소가 많기에 업주들은 단속 공무원들에게 더 많은 상납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몇몇 업소의 실태를 조사했을 때 한 업소주인은 "매달 11개의 봉투가 들어간다" 고 실토했을 정도다.

형평성의 문제도 적지 않았다. 법을 지켜 심야영업을 안하는 업소는 손해를 보고 단속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면서 심야영업을 하는 불법 업소는 이익을 본다. 또 세금을 안 내고 무허가로 영업하는 포장마차는 심야영업으로 돈을 벌고 허가받은 술집은 영업을 못해 손해를 본다.

◇심야영업제한 폐지 = 식품위생법상 식품접객업소 (97년말 현재 전국 61만2천2백95곳) 로 구분돼 있는 휴게음식점.일반음식점.단란주점.유흥주점의 심야영업을 전면 허용한다.

현재 규제의 근거인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7월중 개정, 8월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오락실 (오후 10시).만화방 (18세 미만은 오후 10시, 18세 이상은 오후12시).노래방 (오후 12시) 등에 대한 심야영업제한은 현행대로 유지하며 기타 청소년 유해업소 등은 현재 국회 계류중인 청소년보호법의 개정에 따라 조정한다.

◇청소년 연령 19세 미만으로 통일 (표 참조) =청소년.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법령상 청소년.미성년자의 기준이 18~20세로 제각기 달라 혼선이 빚어온 것을 올해 말까지 법을 개정해 모두 19세 미만으로 통일한다. 그러나 단속업무와 무관한 민법상의 미성년자 (만20세 미만) 규정이나 선거법상의 유권자 (만20세 이상) 규정 등은 법개정대상에서 제외된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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