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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강경 대응할 상대는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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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사건이 정치권에 계속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19일에 이어 20일에도 군을 옹호했다. 군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강력히 대응할 상대는 북한이라고 했다. 남북 간 핫라인을 통해 거짓말했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군의 보고 누락을 규탄하며 흥분했던 19일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당직자들은 회의를 한 뒤 "진상조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신중해진 것이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북한이 NLL을 침범하고 교란전술을 이용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사태에 잘 대응한 우리 군을 상대로 보고가 잘 안 된 것만 문제 삼겠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군 고위급을 "군사정권에서 커 온 사람들"이라고 폄하했던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전 대변인은 "군 장성들을 한 묶음으로 매도하는 다수당 의원의 발언을 보며 우려를 금치 못한다"면서 "군을 모독한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여당의 신기남 의장 등 수뇌부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3성 장군 출신인 황진하 의원은 "북한이 합의 사항을 깨고 교만과 기만을 하는 데 대한 항의나 규탄은 하지 않고 군 보고체계만 나무라는 것은 안보를 팽개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에선 군에 대한 강경 문책론이 일단 수그러들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윤광웅 청와대 국방보좌관 등에게서 비공개 보고를 받은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상조사가 이뤄진 뒤 문책 여부 등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홍재형 정책위의장, 문희상 국회 정보위원장, 임채정 통일외교통상위원장, 유재건 국방위원장 등 당 지도급 인사들과 의견을 나눈 뒤 나온 것이다.

김희선 의원의 발언이나 군 수뇌부 문책론에 대해 천 원내대표는 "공식적인 당론이 아니다"고 했다. 파문을 일으킨 김 의원도 "이번 사태가 (남북 양쪽 모두의) 냉전적 사고방식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여당 지도부의 태도가 신중해진 것과 관련해 당의 한 관계자는 "군의 불만이 확산되면서 여론의 흐름이 청와대와 여권에 불리한 쪽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다수 의원의 기본인식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당 대변인인 임종석 의원은 "어찌 됐건 보고를 제대로 안 한 부분에 대한 문책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며 "더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소영.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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