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최대격전]부산시장 후보 박빙의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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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참 힘든 승부였습니다. "

부산시장 안상영 (安相英.한나라당) 당선자는 "어렵게 승리한 만큼 꼭 무너져 내리는 부산경제를 일으켜 세워 낙동강의 기적을 이룩하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시장선거 개표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安후보와 김기재 (金杞載.무소속) 후보의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시소게임은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계속됐다.

두 후보 진영은 TV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득표율이 엎치락뒤치락 요동칠 때마다 '울고 웃어야' 했고 시청자들도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었다.

투표가 종료된 4일 오후6시 각 TV방송에서 당선예측 조사결과가 나오자 부산시양정동 金후보 선거캠프는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방송국에 따라 金후보가 安후보를 2.5~4.1%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 부산시지부 安후보 선거사무실에는 침통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부 당직자들은 "오차범위내 박빙 (薄氷) 의 승부인데도 방송이 金후보가 당선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오후7시30분부터 부재자 중심의 개표결과가 집계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개표 초반 1시간여 동안 0.1~2% 차이로 오히려 安후보가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安후보측의 표정에 혈색이 돌기 시작한 반면 내심 승리를 확신하던 金후보 진영에는 침묵이 흘렀다.

安후보의 우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개표율이 20%을 넘어서면서 부산시민의 표는 다시 金후보쪽으로 몰렸다.

오후9시30분쯤 金후보가 安후보를 3만표 이상 앞서자 金후보측은 "이제 게임이 끝난 것 같다" 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선거의 신 (神)' 은 金후보의 손을 들어 주지 않았다.

오후10시30분쯤 판세가 눈 깜짝할 사이에 돌변해 오히려 다시 安후보가 근소한 차로 앞서 가기 시작했다.

지난 대통령선거때 '정확성' 으로 유권자를 놀라게 했던 여론조사기관들을 골탕먹인 개표사상 보기 드문 '선거 쇼' 를 연출한 것이다.

'역전 드라마' 에 혼쭐이 난 安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부산시민은 결국 한나라당이 낸 정직하고 유능한 후보를 선택했다" 고 말하면서도 초조한 표정이 역력했다.

安당선자는 "일부 후보가 흑색선전.거짓말을 할 때가 견디기 어려웠다" 며 "선거전에 늦게 뛰어든 데다 큰 선거를 치른 경험이 없어 막판까지 힘들었다" 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안상영 당선자 프로필]

부인 김채정 (金埰貞.59) 씨와 1남1녀.

*부산 (60) *서울대 토목공학과 *서울지하철건설본부 건설차장 *서울시도로국장 *서울시종합건설본부 *부산시장 *해운항만청장 *부산매일신문사 사장

부산 = 강진권.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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