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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가출 항해 스토리 <1> 6개월의 준비, 그리고 출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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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를 타고 백령도에서 독도까지. 매월 첫째 금요일부터 사흘간씩, 1년동안 돈다'.

어찌보면 황당한 이 계획은 '우리 시대 최고의 한량(저는 물론 제 주위에서 모두 그럽니다)'이신 허영만 화백의 머리에서 나온 겁니다. 허화백과 백두대간 종주를 함께 했던 무리들이 이 계획에 동참했습니다. 스포츠신문 기자를 하다가 지금은 장돌뱅이처럼 돌아다니며 글을 쓰는 저 송철웅이 전체 준비와 진행을 맡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산악인 중 한 명인 박영석 대장, 요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정성안도 멤버입니다. 가수 이문세 씨도 가끔 동참할 계획입니다.

요트 일주 프로젝트의 이름은 '집단가출'로 정했습니다. 이것도 허화백의 아이디어입니다.

이게 바로 '집단가출호'의 로고입니다. (물론 허화백님이 직접 그리신 거죠)

집단가출호는 앞으로 1년간 매월 첫째 금요일부터 사흘간 항해를 하게 됩니다. 항해가 끝나면 배를 근처 안전한 항구에 정박시키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다 다음달에 또 가는 식입니다. 백두대간 구간종주 방식입니다.

백령도-격렬비열도-홍도-흑산도-추자도-제주도-마라도를 찍고 동해를 거슬러 올라가 울릉도를 거쳐 독도에 도착하는 약 2000km 거리입니다.

하지만 서해 최북서단인 백령도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군사적 긴장 때문에 갈 수 없게 되어서 부득이 굴업도로 대체했습니다. 백령도는 아쉽지만 이번 항해가 다 끝난 뒤 여건이 되면 따로 한번 가볼 작정입니다.

조인스 독자들을 위해 한 번 항해를 할 때마다 3회에서 5회 정도 재밌는 내용과 사진, 삽화를 곁들여 전해드릴 계획입니다.

집단가출이 시작되다

만화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량'입니다. 당연히 음식에는 전문가고, 전문 알피니스트 뺨치는 등산광에다 '와인'에 관해서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지난해 이맘 때, 서울 인사동의 한 술집에서 잠깐 요트 얘기가 화제로 올라있을 때였습니다. 빈대떡을 한 쪽 집어들고 간장을 찍으려던 허화백께서 젓가락질을 멈추고 한마디 했습니다.

"야, 우리 이번엔 바다로 집단가출할까? 다들 어떻게 생각해?"

요트로 섬들을 샅샅이 훑으며 우리나라의 연근해를 돌아보자는 얘기였지요.뜬금없는 제안에 뜨악해하는 우리에게 허화백은 말했습니다.

"우리가 전에 백두대간을 2년 반 동안 구간종주 했잖아. 그런 식으로 바다를 가보잔 말이야."

흐음~ 한반도 연근해 요트 세일링 종주....

"요트 일주, 그거 좋지요"라고는 했지만 우린 배도 없고 게다가 한강에서 요트를 배우다 그 즈음에야 바다 세일링의 맛을 보고 있던 참이어서 한반도 바닷길을 몽땅 섭렵하자는 제안이 쉬이 와 닿지 않았지요.

시간은 흘러 겨울이 되었고 경북 문경의 한 야영장에서 모닥불을 가운데 놓고 앉아있을 때였습니다.

10월에 제가 출전했던 독도 요트 레이스를 화제로 삼던 중에 허화백이 불쑥 제게 "요트 일주는 어떻게 잘 추진되고 있나"라고 물으십니다.

허걱~ 그때 제안하셨던 요트 일주가 그냥 해본 말씀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날 밤 우리는 밤새워 계획을 짰고, 서울로 돌아온 저는 곧바로 1년간의 항해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6월 5일 경기도 전곡항. 우린 드디어 바다로 나왔습니다.

6개월 동안 요트를 구입하고, 수리하고, 각종 항해용 전자장비를 달고....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버거운 일이었지요.

요트 정박장인 폰툰을 빠져나와 드디어 집단가출호의 돛이 오르고 있습니다. 선원들이 메인 세일에 묶인 끈들을 풀어내는 것을 지켜보는 허화백(오른쪽 끝 흰 티셔츠 차림)은 1년의 기다림 끝에 의미 깊은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송철웅 (레저 전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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