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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현주소]경기·실업등 고난의 행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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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고물가.대량실업.감속성장…. 3일로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6개월째를 맞이한 한국경제의 현주소다.

고금리와 긴축을 기조로 한 IMF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이미 시작단계부터 뼈를 깎는 고통을 예고한 바 있지만 현재 우리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난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들이 줄줄이 늘어났고, 아직 일자리에 남아 있는 직장인들도 감봉과 높은 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환율급등으로 1인당 국민소득은 6천달러로 곤두박질쳤으며 부동산.주가 등 실물경기도 바닥을 헤매는 중이다.

문제는 우리경제가 통과중인 침체의 터널이 이제 초입에 불과하다는 것.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당분간 체감경기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IMF 이후 6개월, 우리 경제의 달라진 모습을 짚어본다.

◇ 추락하는 경제지표 = 올 1분기중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은 - 3.8%.80년 이래 18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1분기중 성장률이 당초 우리정부와 IMF가 예상했던 수준 (1%) 보다 크게 떨어진 것은 기업체의 설비투자와 개인 소비가 급속하게 얼어붙었기 때문. 설비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40.7%, 소비도 10.3% 감소해 사상 최악의 기록을 냈다.

내수 위축 때문에 생존자체를 위협받다보니 기업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이고, 실질소득이 점점 축소되는 개인들도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어 2분기 이후에도 경제성장 감소세는 좀처럼 반전되기 힘들 전망. 게다가 내수위축을 보전해줄 한가닥 희망이었던 수출조차 5월들어 하락국면으로 접어들었다.

5월중 무역수지는 37억6천7백만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이는 수출증가 때문이 아니라 주로 원자재.자본재 등의 수입이 37.5%나 감소한데 따른 것이므로 향후 산업기반이 더욱 위축될까 우려되고 있다.

◇ 치솟는 실업과 물가 = 지난 4월말 현재 실업자 숫자는 1백43만명. 올들어서만 77만명, 하루에 7천3백명꼴로 실업자가 늘어난 셈이다.

아예 취업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실질 실업자가 이미 2백만명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3, 4월의 경우 농번기라는 계절적 요인 때문에 실업증가세가 잠시 주춤했다는 점, 6월이후 대기업 정리해고가 본격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업은 연말까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간 4.5% 오르는데 그쳤던 물가는 지난 4월까지 넉달동안만 연초대비 4.3% 상승했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올해 물가상승률이 10%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측이어서 국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 맥못추는 금융시장 = 지난 6개월간 종합주가지수는 36%이상 떨어졌다.

외국투자가들의 매수가 유일한 탈출구로 보이지만 이들마저 구조조정의 향방을 지켜보면서 팔짱을 끼고 있다.

지난해말 1천9백64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외채협상의 성공적인 타결 등으로 차차 안정돼 6월들어 1천4백원 안팎에 머무르고 있지만 9백원 미만이었던 지난해 연평균과 비교하면 50% 이상 급등한 것. 이에 따라 1인당 국민소득도 6천달러로 지난 90년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한편 지난해말 연 31%까지 치솟았던 회사채수익률 (3년만기) 과 27%까지 올랐던 콜금리는 현재 17%대까지 끌어내려진 상태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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